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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그곳에, 네가 2권

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7.06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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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588 K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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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28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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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작은 섬 백월도, 조용하고 간결했던 동화의 시간.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과 그녀를 찾아온 성북동 할머니의 제안.
갑작스러운 상경은 그녀의 일상을 흔들어놓는데…….
“어제 태헌이 그 자식, 너한테 인사도 제대로 안 하지?”
“태헌이요? 아…… 큰손자분이요?”
“응. 내가 배에서도 말했지? 걔는 그냥 상대하지 마. 그냥 여기 같이 사는 이상 안 부딪치는 게 상책이다. 너는 그놈 당해내기 힘들어.”
성북동 그 집에 사는 세 남자.
동갑내기 삼수생, 막내 명헌,
눈웃음이 매력적인 둘째 제헌.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반듯하고 잘생긴 남자, 첫째 태헌.
“당장 짐 싸. 일단 호텔로 가고, 있을 곳은 내일 알아봐줄 테니.”
“…….”
“내 말 안 들려?”
제때제때 대답 안 하면 죽일 듯 보는 눈은 손자나 할머니나 똑같았다.
“……들리는데요.”
“뭐?”
뜻밖의 당돌함에 그도 자세를 바꿨다.
“왜 대답이 없지? 못 나가겠다는 건가?”
태헌은 곤란한 상황에 먹잇감 밀어넣고 즐기는 사자처럼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댔다.
그런데 그 인형이 의외였다. 목소리가 작은 거 빼고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예요…….”
“…….”
“할머니가 절대로 아저씨 상대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말 못 해요. 죄송합니다.”
그와 그녀, 두근두근 동거를 시작하다!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비 내리는 밤
3. 차례
#10
#11
#12
#13
#14
#15
#16
#17
4. 미리 보기
푸른 바탕에 따라 그리고 싶을 만큼 예쁜 문양이 고풍스러운 커피잔에 둘려 있었다. 오후가 되면 별채 살림은 안채의 아주머니가 따로 치워둔다는 건 알았는데, 처음 늘 똑같던 검은색 찻잔은 어딜 갔는지 요새는 잔이 자주 바뀌었다. 말없는 태헌이야 한결같으니 이 집에서 변하는 건 이 찻잔뿐이라 그 작은 변화도 그녀는 받아들였다. 현관 복도를 조심히 따라 들어오다 처음 보는 찻잔이 서재 책장에 있으면 본인은 몰라도 그때부터 웃음이 감돌며 걸음이 빨라졌다.
오늘도 바뀌었구나. 어제보다 더 예쁜 걸로.
텅 빈 커피잔은 그녀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내려놓아도 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래도 곧 커피가 채워지자 색이나 무게감이나 한층 안정을 찾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연의 목적에 맞는 쓰임은 이래서 좋다.
“아저씨.”
창가 쪽 책장에 기대서 책을 보던 태헌은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목소리가 워낙 작긴 하지만 그 정도로 책에 빠져 있는 모양이었다. 간간이 손가락을 책갈피 삼아 앞뒤로 넘겨보는 게 다라 그녀도 한 번만 더 부르고는 금세 체념했다. 급한 거야 자신이 아니니까.
대신 어제처럼 턱을 괴고 커피잔 세트에 마음을 기울였다. 위에서 볼 때에는 몰랐는데 예쁜 문양 사이로 새 두 마리가 나란히 보였다. 원체 아기자기한 거에는 사족을 못 쓰다 보니 이 작은 걸 어떻게 그려 넣었을까 푹 빠져버렸다. 안 보이는 쪽에는 혹시 다른 그림이 있나 커피가 담긴 채로 살짝 들어보다가 잔이 살짝 기울어졌다.
“어머.”
테이블 위로 커피가 조금 쏟아졌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인데다 전처럼 손에 닿은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 앉기도 전에 한 실수라 어쩌나 탄성부터 나왔다. 다행히 아까보다 더 작은 소리였으니 몰래 닦아두려 했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태헌이 그녀의 손목부터 잡아들었다.
“뭐야? 괜찮아?”
“아, 아저씨. 책 보시는 줄 알았는데.”
“괜찮냐고.”
“네. 바닥에 조금 흘렀어요.”
아픈 거 숨겨 뭐하겠냐만 태헌은 바로 손을 놓지 않고 그 짧은 새에 흰 피부를 훑었다. 괜히 입이 마른 그녀가 휴지를 몇 장 뽑아드니 태헌이 그걸 낚아채 대충 닦아 옆으로 밀었다.
“조심해.”
“네. 죄송해요. 그래도 안 깨져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예쁜데.”
“그게 아니라…… 조심해.”
아무리 한성질 하는 그라지만 이런 일로 큰 소리 내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이제 그녀도 잘 알았다. 오히려 한창 책 보는 사람 방해를 한 게 더 미안하다 싶었는데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아저씨는 무슨 책을 매일 그렇게 재밌게 보세요?”
“그냥. 이거저거.”
“아저씨 책 정말 빨리 읽으시나 봐요. 어제는 저기 빨간 표지 책 읽으시더니. 대충 봐도 어려울 것 같은데.”
“많이 보니까.”
그 정도야 말할 거리나 되나 싶게 굴었지만 사실 책 이야기 나오면 태헌도 할 말이 없었다. 어제 읽은, 아니, 들고 있었던 책이 뭔지도 지금 동화의 입에서 처음 들었으니까.
“저도 책 읽는 건 좋아해요. 예전에 선착장 근처에 내려가면 미니도서관 같은 거 있었거든요. 원래는 세 권만 빌려주는데 저한테만 다섯 권도 빌려주고 날 안 좋으면 열 권도 빌려주고 그러셨어요.”
“왜? 너한테 왜?”
“그냥…… 친하니까요.”
사실 그 작은 도서관의 사서는 농담 삼아 ‘동화 네가 너무 예뻐서’ 선심을 쓴다고 했었다. 그래도 이 말을 자기 입으로 할 수 없어 그녀가 태헌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진지하기만 하던 그의 눈빛이 흔들린 것도 그때였다. 저렇게 무방비로 웃는 것을 계속 보고 있다가는 멀미라도 할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처음 스키장에 가 어머니 옆에서 리프트를 탈 때 꼭 이런 기분이었다. 은근히 불안하고 떨리고 기대되고, 그러면서 아닌 척하고.
“아저씨, 저 책 뭐 있는지 좀 봐도 돼요?”
“……그래.”
그가 본 중 가장 들뜬 표정의 그녀가 냉큼 책장으로 다가갔다.
모르고, 모르겠네, 모르는구나.
제목부터 영어와 한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다가섰던 걸음처럼 쉽사리 잡을 만한 책은 없었다. 눈으로 쭉 훑어보다가 그래도 뭐 하나는 봐야지 하고는 가장 아래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무릎을 굽힌 채로 꺼내든 책은 피천득의 ‘인연’이었다.
“아, 나 이 책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서 이거다 찾을 만한 게 이 책밖에 없어 그런 건 아니었다. 남의 책이라 넘겨보는 손길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다가 뒤에서부터 쭉 넘겨본 책의 마지막 장에서 동화의 고개가 바로 태헌을 향했다.
“아저씨, 이거 정말 작가 사인이에요?”
“그럴걸.”
“정말요? 세상에, 진짜 놀랐어요. 우와.”
방심하고 있다가 놀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었는데 웃음과 놀라움이 가득한 동화를 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 사인을 다 받으셨구나.”
“내가 받은 거 아냐.”
“그래두요. 너무 신기하다.”
그래봤자 그의 눈으로는 검은 펜으로 자신의 이름을 쓴 것에 불과했다.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답게 주관이 잔뜩 들어간 수필집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가 선물해주신 것이다 보니 여태 책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넌 그 책이 왜 좋은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화가 커피잔에 시선을 팔았던 것처럼 그 역시 다 알고 지루하도록 눈에 익은 풍경에 다른 것은 동화 하나였다. 책장으로, 책장 옆에 선 그녀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아저씨는 안 보셨어요? 사인까지 받아놓고? 그럼 안 되는 건데.”
“이것만 빼곤 다 읽은 거야.”
눈동자가 커다래진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어본 걸 놀라야 할지, 자신이 아는 단 하나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을 놀라야 할지.
“음…… 저도 뭐라고 설명을 잘 못 하겠어요. 그냥 좋은 거라.”
“그래.”
“전에 아저씨가 말 못한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말은 잘하는 것 같은데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녀가 말을 잘할 때는 어디까지나 태헌과 있을 때가 다였다. 그래도 말 잘한다는 소리 처음 들었던 게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이 자리에서 은근히 기정사실화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읽어보시면 아실 텐데, 왜 이 책이 좋은지.”
시간도 훌쩍 지났고 이러다가 더 욕심이 생길까 동화가 다시 책을 꽂으려 몸을 숙였다. 그리고 훌쩍 커다란 태헌이 허리 한번 숙이지 않고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을 빼들었다. 책이건 뭐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읽지 않았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책 한 권 정도 선물로 주는 것이 아깝지는 않다.
“왜요, 아저씨?”
생각에 잠겨 멈춰 있는 그를 동화가 불러냈다. 멈칫하던 태헌이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중간 눈높이 지점의 책 하나를 빼내고서 들고 있던 책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책은 안 아까운데 다른 게 아깝다. 말도 못 하는데다 표현까지 못하는 그로선 쉽게 설명하기 힘든 그런 것들이.
“아저씨는 더 있다 나오실 거죠? 저도 이제 가야겠어요. 도서관에도 좀 가보고.”
아저씨도 읽어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덕분에 좋은 구경 했다, 동화는 종알종알 예의도 발랐다. 그 긴 말이 모두 인사라면 그도 한마디는 받아주는 게 예의다. 어느 순간부터 말수 없는 그녀가 일부러 더 말수도 늘리고 활발하게 구는 것을 그도 잘 알았다.
“너 별일 없었어?”
왜 또 딴소리야, 역시나 속마음이 고스란히 떠오른 그녀가 뭔가를 알겠다는 듯 두 손 모아 가볍게 박수를 쳤다.
“아저씨도 진짜. 그런 인사는 아까 들어올 때 했어야죠. 아저씨 인사 안 하고 다닌다더니 정말인가 봐요. 너무 웃긴 거 알아요?”
“인사 아니야, 이거.”
“네?”
“윤동화, 너 요새 정말 별일 없었어?”
안 하던 짓은 오늘로 때려치운 그가 인사나 안부를 두 번씩 묻지는 않았다. 지금 그의 물음은 오로지 지난 며칠 어두웠던 그녀의 표정, 한 박자 늦은 웃음, 그리고 유난히 반짝이며 거슬리는 그녀의 머리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