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작가 다른작품
- 겨울, 또다시..최수현 지음
- 도서출판 가하 (04/16)
- 2,500원
- 그곳에, 네가..최수현 지음
- 도서출판 가하 (07/07)
- 2,200원
- 결혼할까요? ..최수현 지음
- 도서출판 가하 (08/05)
- 3,700원
- 라이언 하트 ..최수현 지음
- 도서출판 가하 (01/19)
- 2,000원
- 현실의 그대 ..최수현 지음
- 도서출판 가하 (01/06)
- 3,200원

[eBook]그곳에, 네가 1권

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7.06

판매정가 | : |
---|---|
판매가격 | : 2,200원 |
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578 K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독자평점 | : ![]() ![]() ![]() ![]() ![]() |
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2841-5 |
- * 이 상품은 별도의 배송이 필요없는 전자책(E-Book)으로 구매 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북도서의 특성상 구매 후 환불이 불가합니다. 구매하시기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작품 소개
작은 섬 백월도, 조용하고 간결했던 동화의 시간.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과 그녀를 찾아온 성북동 할머니의 제안.
갑작스러운 상경은 그녀의 일상을 흔들어놓는데…….
“어제 태헌이 그 자식, 너한테 인사도 제대로 안 하지?”
“태헌이요? 아…… 큰손자분이요?”
“응. 내가 배에서도 말했지? 걔는 그냥 상대하지 마. 그냥 여기 같이 사는 이상 안 부딪치는 게 상책이다. 너는 그놈 당해내기 힘들어.”
성북동 그 집에 사는 세 남자.
동갑내기 삼수생, 막내 명헌,
눈웃음이 매력적인 둘째 제헌.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반듯하고 잘생긴 남자, 첫째 태헌.
“당장 짐 싸. 일단 호텔로 가고, 있을 곳은 내일 알아봐줄 테니.”
“…….”
“내 말 안 들려?”
제때제때 대답 안 하면 죽일 듯 보는 눈은 손자나 할머니나 똑같았다.
“……들리는데요.”
“뭐?”
뜻밖의 당돌함에 그도 자세를 바꿨다.
“왜 대답이 없지? 못 나가겠다는 건가?”
태헌은 곤란한 상황에 먹잇감 밀어넣고 즐기는 사자처럼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댔다.
그런데 그 인형이 의외였다. 목소리가 작은 거 빼고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예요…….”
“…….”
“할머니가 절대로 아저씨 상대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말 못 해요. 죄송합니다.”
그와 그녀, 두근두근 동거를 시작하다!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비 내리는 밤
3. 차례
#1
#2
#3
#4
#5
#6
#7
#8
#9
4. 미리 보기
화창하다고는 하기 힘든 날이라 늦은 오후에도 벌써 사방이 어둑했다. 그래도 마음 가라앉히기에는 들뜨는 거 없이 적당한지라 온실 안에서 흥얼대는 할머니의 콧노래가 흥겨웠다. 옆에서 노심초사 매달리는 태헌의 비서가 아니라면 더 흥겨웠을 것이다.
“안 간대두? 정 답답하면 와서 끌고 가라고 해. 나도 이제 그런 데 다니며 억지로 웃을 때는 지났어.”
“큰사모님, 이러시면…….”
“동화야. 옆에 호스 좀 가져오너라. 자기 나무 아니라고 주인 없는 새 다 죽어가는구나. 식물이건 뭐건 저 정 주는 건 귀신 같이 아는 법인데, 이 집에서 진정 나 반겨주는 건 이 온실 안에 다 모였구나.”
할머니가 연이어 옆에 붙여놓은 동화만 찾아대자 이번에는 비서가 목표를 바꾸었다. 진짜 총애받는 건 나무가 아니라 그녀다 싶었는지 어찌 좀 해달라고 간절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녀가 어쩔 수 없다 난색을 표했지만 원래 저한테 매달리는 사람 내칠 만한 성격이 못 되었다. 어찌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할머니.” 입을 떼자 머리 꼭대기 위에서 그 말을 낚아챘다.
“참, 너 아까 줬던 옷. 그거 입지 왜 안 입었어?”
“아, 저 옷 많은데…… 그런 거 안 주셔도 돼요.”
다른 데를 보면서도 비서나 동화 눈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 말을 돌렸다. 정말 여기서 매달려봤자 답이 없다 싶었는지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는 온실을 빠져나갔다. 그래봐야 제헌이든 태헌을 잡고 진짜 안 되더라 애걸복걸할 것이 눈에 보여 쓰게 웃었다.
“할머니, 저분은 잘못도 없으신데 곤란하실 거 같아요.”
“너마저 나한테만 잘못했다 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할머니 백월도에선 안 그러셨잖아요.”
정말이었다. 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 백월도에선 그냥 예쁘고 화통한 할머니셨다. 동화의 할머니가 아프다 가슴을 싸쥐면 옷 버리는 거 상관없이 직접 등을 쓸었고 자잘하게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모른 척은 안 하셨다. 일을 왜 이따위로 하냐 한소리는 했지만 단 2개월 만에 백월도 대소사를 지휘했다. 까칠한 사람은 뒤에서 욕을 먹기 마련인데 할머니는 오히려 뒤에서만 칭찬을 들었다. 앞에서는 오히려 한소리 들을까 고개를 숙였으니까.
“너네 할머니도 그렇고…… 내가 아무리 정정해봤자 당장 내일 죽어도 사람들이 며칠이나 울까. 지금 내 나이에 살아 있는 친구도 별로 없어.”
“할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다른 이에게 너무 기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그사이에 또 정이 들었는지 왈칵 겁이 난 그녀가 할머니를 잡았다.
“사실은 사실이지. 나는 이제라도 내 하고픈 거 하면서 살고 싶다. 예전에 네 할머니랑 앞집 옆집 살 때 돈 벌면 다 누리고 살겠다 했는데, 막상 먹는 거 입는 거 비싸진 거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 이제 다 귀찮다.”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늘 할머니 옆자리에서 자던 그녀는 그날도 습관처럼 이부자리를 폈다. 병원에서도 해줄 게 없다니 언덕 위 집에서 문을 걸고 살았는데 이불을 펴던 그녀의 손을 성북동 할머니가 막았다.
「오늘은 내가 여기서 자마. 넌 올라가거라.」
목소리에 알 수 없는 힘이 있어 그러겠다 올라갔지만 잠들지 못했다. 겨우겨우 새벽을 견뎌내다 날이 밝아 이른 아침이라도 권하는 척 억지로 방문을 열었더니 성북동 할머니는 창가에 앉아 머리를 짚고 계셨다.
「병원에 연락하자. 이장 집에서 전화 돌리고.」
너무 덤덤하고 태연한지라 그녀도 울기보다는 알았다 고개부터 끄덕였다. 성북동 할머니는 짐작했던 일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깔았지만 그날 이후로 조금 달라지셨다. 오래 알아왔다고는 못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지적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녀의 치렁치렁한 머리를 놓고 매일 아침 입을 대시더니 그 후로는 슬쩍 보고 말았다. 심지어 젊어 그런지 긴 머리도 예쁘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할머니, 혹시 저희 할머니 돌아가시고 많이 허전하세요?”
“그런가? 나도 모르겠구나. 아등바등 살아 뭐하겠나 싶기는 한데, 그래도 너무 늦게는 아니라 다행이지 뭐.”
본인 마음이 그러시다는데, 동화가 얼른 들고 있던 호스의 물을 틀었다. 수압 좀 줄여라, 거기 그렇게 많이 주면 안 된다, 자잘한 잔소리에도 네, 네 하면서 골고루 물을 적셨다. 유리를 통과하는 저녁 빛이 흩어지는 물길에 닿자 별처럼 반짝였다.
“어제 태헌이 그 자식, 너한테 인사도 제대로 안 하지?”
“태헌이요? 아…… 큰손자분이요?”
“응. 내가 배에서도 말했지? 걔는 그냥 상대하지 마. 내가 너한테 잘해라 한다고 잘할 놈도 아니고…… 그냥 여기 같이 사는 이상 안 부딪치는 게 상책이다. 너는 그놈 당해내기 힘들어. 순하고 여리여리해서는. 너도 참 어디다 쓰냐?”
확실히 어제는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목이 다 조여왔다. 차갑고 쌀쌀맞은 눈을 생각하자 잠자리에서도 목이 말라 부엌에 다녀왔다.
“여기야 뭐, 내 집인데. 다른 사람 눈치 볼 거 없다. 알았니?”
바로 알았다 하기는 뻔뻔한 것 같아 입을 꼭 다물고 눈만 깜빡였다. 얼마나 이 집에 살게 될지는 몰라도 성북동 할머니 말대로 하고 싶다.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도 성북동 할머니 아니었으면 두고두고 눈물바람을 했을지 모른다.
“어, 저기 누가 오시나 봐요.”
온실 유리창 너머에서 자동차 등이 환하게 비췄다. 누군지는 몰라도 차 문 여닫는 소리가 조금 크다 했는데 이어 올라오는 구두 소리가 탁탁, 돌 위에 울렸다.
그 사람이구나.
어제도 들어봤던 소리다. 다정한 둘째 손자나 건들거리는 막내 손자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걸 어쩌나 놀라선 할머니를 보자, 짐작했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더니 온실 문을 열었다.
“성급한 놈. 넌 그냥 여기서 잠시 기다리거라.”
따라 나가려 했지만 남의 집안일에 끼는 것이 마땅치가 않다. 이제 와 싫은 소리 듣는 게 겁날 것도 아니지만 따른다고 해도 그녀가 할 만한 게 없었다. 할머니가 그 얼음 같은 손자에게서 무슨 소리 듣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게 다였다.
“오늘까지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믿는다고 말씀도 드렸는데요.”
유리문 너머에서 가늘게 들려오는 남자의 말에 동화가 숨을 참았다. 들고 있는 호스를 만지작대며 좌불안석 할머니의 반응을 기다렸다. 뭐라 역정을 내시는 것 같기는 한데 흥분하셨다 보니 말이 분명치가 않았다. 오직 남자의 목소리만 또렷하고 무겁게 이어졌다. 대놓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을러댈 수도 있구나.
“그래, 하루 종일 인형놀이 잘하셨습니까?”
“뭐어?”
“듣기로는 이거 입혀보고 저거 입혀보고, 아주 손녀 없는 설움 푸시느라 바쁘셨다던데요.”
“이제는 내 집안에 첩자까지 들였느냐?”
“그럴 리가요. 어디 무서워 꿈이나 꾸겠습니까.”
어둠 속에서도 분명한 인영이 그녀를 향했다. 그가 있는 쪽에서야 그녀가 확실히 보일지 몰라도 유리 온실 빛이 가득한 그녀 쪽에서야 희미한 형체가 다다.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이상 더 보일 것도 없다.
“손자로서 그만큼 당부를 드렸는데, 이제는 사장으로서 할 것밖에 없군요. 진짜 하셔야 할 일이 뭔지는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벌컥, 문이 열렸다. 할머니가 어찌 잡기도 전에 길고 긴 걸음이 그녀를 향했다. 어제는 한번 보지도 않던 날카로운 눈까지 그녀를 옭아맸다. 밧줄이라도 되듯 강렬한 시선이 그녀의 발걸음을 묶고 맹수처럼 날카롭게 두 손을 털어냈다.
“너…….”
“…….”
“나가.”
동화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길게 말하지도 않았다.
“당장 짐 싸. 일단 호텔로 가고, 있을 곳은 내일 알아봐줄 테니.”
“…….”
“내 말 안 들려?”
제때제때 대답 안 하면 죽일 듯 보는 눈은 손자나 할머니나 똑같았다. 대답도 그냥 대답이 아니다. 예, 알겠습니다, 자신의 뜻에 따르라는 오만함만이 가득했다.
“……들리는데요.”
“뭐?”
뜻밖의 당돌함에 그도 자세를 바꿨다. 한쪽 눈을 일그러트려도 입술이 삐죽하는 것 말고는 별 반응도 없다. 말 한마디 하면 기절이나 안 할까 했더니 말투도 지극히 담담했다.
“들리면 내 말 들어.”
“…….”
“왜 대답이 없지? 못 나가겠다는 건가?”
그녀는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 역시 피할 만큼의 틈도 주지 않았지만 고개나 어깨나 꼿꼿하게 그를 대했다. 무슨 손자가 저럴까.
“혹시 할머니 믿고 그러는 거라면 꿈 깨.”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뭐지? 왜 내 말에 대답이 없지?”
태헌은 곤란한 상황에 먹잇감 밀어넣고 즐기는 사자처럼 쉴 새 없이 그녀를 몰아댔다. 할머니가 나이에 안 맞게 인형놀음에 빠져 할 일을 등한시한다면 그는 그 인형을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인형이 의외였다. 목소리가 작은 거 빼고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예요…….”
“왜? 못 나가겠다 버티려는 거라면.”
“그런 거 아니라구요!”
“…….”
“할머니가 절대로 아저씨 상대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말 못 해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