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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겨울, 또다시 2권 (완결)

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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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27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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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널 어떻게 모를까.
어떻게 하면 널 모를 수 있을까.
급작스럽게 결정된 한국에서의 겨울.
그리고 너무나 빨리 마주쳐버린,
‘첫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남자 이준.
“서이준, 나 가. 좀 있음 나 가는데 너 이런 말 하면 어떡해.”
“알아. 다 아는데.”
달라질 것 없는 사실에도 이번엔 그렇게 힘들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준이 내게 기대어 귓가로 고개를 내릴 때에도 그다지 마음이 아리지 않았다. 내 마음에 쌓인 눈은 이 비를 모두 맞고도 녹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 와서 보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정해진 때가 있더라, 시은아.”
없던 사연이 생겨버린 시은.
어떤 사연이라도 괜찮다는 이준.
13년 만에 만난, 31세의 그들.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비 내리는 밤
3. 차례
#14. 미안해
#15. ……1
#16. 매력 있는 놈
#17. 상냥한 놈
#18. 나무 아래 그놈
#19. 알아보는 놈
#20. ……2
#21. 서이준, 너
#last story. 나도, 부탁이 있어
#epilogue 01. mystery and foresight
#epilogue 02. 반짝반짝, 티가 나
4. 미리 보기
거기까지 기억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정 안 가는 흰색 천장이 여기가 병원임을 알려주었다. 내가 왜 누워 있나, 그러다가 팔을 찌른 바늘의 통증에 다시 누웠다. 기억하는 몸과 지금의 몸이 확실히 다른 걸 보면 내 상태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 만했다.
“…….”
“일어났어?”
문이 열리더니 이준이 들어섰다. 이게 어디까지가 꿈인지 모르던 것도 그의 등장으로 끝이 났다. 번뜩이는 생각에 바로 바늘을 뽑아내려 테이프를 뜯어냈다. 몸을 완전히 일으키자마자 순간적으로 치미는 구역질도 무시했다.
“너 미쳤어? 다시 누워.”
“아인이는? 이준아, 우리 아인이는?”
“…….”
“아인이 어떠냐고?”
말로는 말려질 상황이 아니다 싶었는지 이준이 먼저 와서 내 손목을 눌렀다. 엉성하나마 테이프를 제자리에 붙여놓고 맞은편 침대의 커튼을 걷었다. 거기에 우리 아인이가 누워 있었다.
“아…….”
“아인이 괜찮아. 이제 보이지?”
“어, 음.”
이제야 내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준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인이는 정말 괜찮았다. 누워 있다지만 그 모습부터가 어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기운 없이 팔다리를 축 늘어트리지도 않고 저 자던 버릇대로 엎드린 채 입술을 오물거렸다.
“왜 일어나?”
“그래도 한번 보게.”
이준이 링거줄을 정리해 내 옆에서 부축했다. 걸을 힘 정도야 충분히 있지만 굳이 뿌리치지도 못했다. 난 아직도 서이준이 좋으니 비겁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 이렇게 이준의 어깨에 기대는 정당한 기회도 마지막이다. 전처럼 다정하지는 않아도 아인이의 앞에 선 이준은 차분했다.
“감기래. 새벽에 열 많이 내려서 오늘은 퇴원해도 된대.”
“어…… 그래.”
“아이들은 원래 이유 없이도 한 번씩 그렇대. 너 때문이 아니야.”
혈색이 돌아온 아인이의 뺨을 쓸었다. 손가락이 입가로 다가가자 오물거리던 입술이 젖이라도 빠는 것처럼 쪽쪽댔다. 아, 다시 눈이 흐려졌다.
“…….”
“일어나셨네. 들어갑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아, 네.”
노크와 함께 나이 지긋한 의사가 병실에 들어섰다. 빙긋 웃는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자 입고 있던 헐렁한 환자복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이건 또 누가 갈아입혔을까. 차라리 의사를 보고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아이 보셨죠? 열은 거의 내렸어요. 당분간 조심해야 하지만 크게 걱정할 것도 없어요.”
“정말요? 하지만…….”
어디 하나라도 놓치는 데가 있을까 눈으로 샅샅이 훑었다. 링거줄을 따라 바늘이 꽂힌 아인이의 팔목은 사각 테이프 위로도 멍 자국이 번져 있었다. 기껏 내려놓은 마음이 다시 쿵 바닥을 굴렀다.
“얼굴이 너무 핼쑥해서…… 여기서 며칠 더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닌지.”
“안 먹고 토했으니 당연한 거죠.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하면 아이들은 금방 토실토실 살 올라요.”
“…….”
“그래, 더 물어볼 건 없어요?”
놀리는 말투였다. 나를 유난 한번 제대로 떠는 초보 엄마로 대하는 의사의 눈빛이 장난스레 변했다.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 안 되겠네. 이제 다 됐죠?”
“……심장은요?”
“에? 감기 가지고 무슨 심장을.”
“심장은 괜찮아요? 우리 아인이 심장은…… 괜찮은 거 맞아요?”
말꼬리가 흐려지면서도 의사의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별걸 다 묻는다 생각하는 의사의 얼굴이 영문을 모르는지 간호사를 힐끗 돌아보았다. 억지스레 그 앞에서 버티는 내 대신 이준이 의사를 향해 공손한 재촉을 했다.
“선생님, 괜찮은 거 맞습니까?”
“어, 뭐……. 보자. 자세한 검사는 모르지만 뭐…… 보자. 괜찮네요. 소리가 아주 좋네.”
“아……, 다행이다, 진짜. 진짜 너무 다행이라서…….”
“아이고, 엄마가 겨우 감기 하나에도 절절매네. 그러면 안 되는데. 아빠가 어제처럼 고생 좀 하셔야지.”
“…….”
이준에게 힘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의사가 사라지자 나는 무릎을 꿇다시피 침대 맡으로 주저앉았다.
“아인아.”
우리 아인이는 정말 괜찮다. 시아와는 다르다. 청진기를 든 의사의 얼굴을 확실히 새겨두었다. 예전 시아 때처럼 갸웃대거나 어렵사리 말을 꺼내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나를 놀려댔다. 얻을 게 뭐 있다고, 의사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아아.”
“윤시은,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이준이 몸을 숙여 나를 일으켰다. 이제야 그가 여기 있다는 당혹스러운 사실을 실감한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알 텐데도 이준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
서로가 침묵을 지키다 그의 한숨에 앞머리가 살짝 흩날렸다. 겨울 매서운 바람과는 천지차이다.
“아냐. 일단은 시은이 너 몸부터…….”
“이준아……. 우리 시아가 이제 없어. 죽었어.”
이제는 눈가에 시큰하고 뜨거운 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안다. 이준이 곧은 팔로 끌어안자 그의 품 안에서 숨이 막혔다.
“진짜?”
“응……. 진짜. 진짜 갔어. 그만큼 가지 말랬는데 가버렸어. 으흐흑.”
기어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시아의 마지막 순간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었다. 담담한 척 어설프게 참아오던 슬픔이 둑이 터진 듯 흘러나왔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른 채 눈물이 후두둑 그의 옷깃을 적셨다.
“흐윽, 아인이 낳고. 우리 아인이 낳고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그랬구나.”
“그런데 갔어. 나한테 울지 말래놓고. 아아…… 뭐가 좋다고 웃으면서…… 흐윽, 그렇게 가버렸어. 으으음.”
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등을 토닥이는 손만은 서이준 티를 내며 다정했다. 이마에 닿은 단단한 어깨를 옆으로 문지르다 결국은 뜨거운 울음에 모든 움직임을 놓아버렸다.
엉엉 소리가 커질수록 이준은 더 거세게 나를 감쌌다. 아인이가 깰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에도 흔들림이 없던 이준은 문밖의 노크 소리까지 더해지자 잠시 몸을 물렸다.
“……아니. 밖에서 들으니까……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거면.”
“아닙니다.”
간호사가 무안할 만큼 덜커덩 문을 잠가버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한 걸음에 성큼 돌아온 그가 나를 더 세게 껴안았다.
“마저 울어.”
흐으윽, 입술을 깨물고 그의 품을 기다리던 울음이 다시 길고 길게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