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작가님은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어떤 때에는 작가님이 저를 싫어하는 거 같다가도 어떤 때에는…….”

‘제가 작가님께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져요.’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하는 그녀를 자극하는 남자. 무심한 듯 위로를 안겨주는, 이상한 남자. 작가님의 열정이 질투가 나요.

포기할까 고민하던 그 앞에 나타난 포기하지 않는 여자. 열심이 사랑스러운 여자. 나의 이상, 이번에는 내가 꿈꾸게 해줄게.

“제가 뭐…… 잘못했어요?”

“열심을 다했지. ……밀어내려는 열심을. 이번 대상은 나고.”

“그러면 안 돼요? 이성 간에 동경과 연정이 혼동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에요. 작가님을 동경하는 마음을 착각해서 실수하고 싶지 않아요. 선을 지키려던 것뿐이에요. 그게 기분 나쁠 정도로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왜 갑자기?”

“갑자기 깨달음이 와서요.”

2. 작가 소개

찬연

형형색색의 스펙트럼을 펼쳐내고 싶은 이야기꾼

▣ 출간작

황제와 선악과

나이트메어

3. 차례

#프롤로그

#1. 이상한 남자

#2. 이상한 시간

#3. 이상한 마음

#4. 이상한 관계

#5. 이상한 사진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그가 나른하게 상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그제야 저 혼자 열심히 쾌활한 척, 열심히 하는 척 연기하느라 살피지 못했던 그의 표정을 뒤늦게 봤다. 싸늘한 그의 눈빛을. 일순 주변 공기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섰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뭐…… 잘못했어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준은 여전히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를 갈랐다. 그녀의 손에 든 카메라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그의 압박에 못 이겨 그녀가 뚝 시선을 내리고 말았을 때에야 그가 느릿하게 대답했다.

“열심을 다했지.”

강준의 말에 상희가 다시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그녀는 열심을 다했다. 쉬지 않고 자신을 가르치는 그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집중도 안 되면서 찍소리 않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받아 적었다. 그가 찍어보라는 대로 애써 사진을 찍었고 말이다. 그게 그를 화나게 했다고?

강준이 성큼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상희를 그는 잡지 않았다. 그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밀어내려는 열심을.”

“…….”

“이번 대상은 나고.”

“설마요, 왜 제가…….”

뜨끔한 상희가 시선을 회피했다. 생각해보면 강준은 눈치가 빨랐다. 몽롱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아 시시때때로 잊게 되지만 넋을 놓는 것과 눈치가 없는 건 다른 문제였다.

상희는 졸지에 자신이 구석에 몰린 생쥐 같은 꼴이 된 것 같았다. 참고 있었던 서운함이 일순 들끓었다. 자신이 그에게 서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왜 그런지도 눈치챘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대뜸 불만 있으면 말하라고 했던 건가. 강준이 괘씸해져서 상희가 당돌하게 말했다.

“그러면 안 돼요?”

그녀의 예상 못한 당돌함에 그가 움찔했다. 이번에는 상희가 한 걸음 다가갔고, 강준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성 간에 동경과 연정이 혼동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에요. 작가님을 동경하는 마음을 착각해서 실수하고 싶지 않아요. 선을 지키려던 것뿐이에요. 그게 기분 나쁠 정도로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왜 갑자기?”

“갑자기 깨달음이 와서요.”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강준을 향해 더 할 말 있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상희가 당당한 태도로 생긋 웃어주고 이만 가자며 쌩하게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되짚어 걸었다. 터벅터벅 그녀를 뒤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