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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애인의 조건 2권

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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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267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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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그럼 우리 중에 누가 더 간절한 걸까요?”
‘드릴러’ 윤서현. 최고의 에이전트인 그녀가 손만 대면 맨땅에서도 석유가 터진다는데, 실상 그녀의 위치는 회사에서건 집에서건 불안불안하다.
그러던 와중, 서현이 키우던 축구선수의 스캔들로 인해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초대박 스타를 데려와야 하고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구세주는 세계적인 골프 황태자, 서희원.
10년 전 그 사건 후 첫 만남에 서현은 주저하고, 희원은 ‘오직 윤서현’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계약을 제안하는데…….
“윤서현 씨. 아마 둘 중의 하나로 여기까지 오셨겠죠?”
“…….”
“날 데리러 왔거나, 아니면 내가…… 보고 싶었거나.”
강하게 쏘아보는 서현의 눈빛에도 희원의 검푸른 눈동자는 차갑기만 했다. 낮은 음성과 손끝에 실린 은근한 힘, 그의 모든 것이 더는 검어질 수 없는 블랙홀처럼 그녀를 강하게 끌어들였다.
“선택은 누나가 하는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비 내리는 밤
3. 차례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4. 미리 보기
11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온 서현이 신발을 벗다 말고 몸을 굳혔다. 낯익은 신발 한 켤레에 난감한 한숨이 나왔다. 대신 긴장감은 사라졌는지 그녀가 거실을 향해 거침없이 걸었다.
“왜 전화 안 받았어요?”
“너야말로 왜 남의 집에 있니.”
“호텔엔 기자 붙었고 이사 갈 집은 공사가 덜 끝났어요. 자제더미 위에서 잘 순 없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가 아직까지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그간 그녀도 놀지는 않았지만 이제 희원의 모든 행적이 정해졌으니, 숙소를 옮길 때도 됐다.
“미안. 진작 해놨어야 하는데. 벌써 계약했어? 어디?”
“이 동네요. 불편해하니까 준영 씨가 알아서 빨리 처리해줬어요.”
“잘했어. 교외로 빠질 거 아니면 차라리 여기가 나아. 나도 관리하기 쉽고.”
“응.”
“그래도 잠은 못 재워줘. 여기 보안이 아무리 철저해도 건물 안에서가 전부야. 들어올 땐 감당 안 돼.”
“알죠.”
서현이 가방을 벗자 희원이 냉큼 받아들었다. 별생각 없이 겉옷을 풀어내던 그녀가 희원이 다른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흰 눈으로 바라봤다.
“얼른 줘요. 걸어놓게.”
“내가 자꾸 방심하는데 말야. 내가 네 에이전트야. 네가 아니라.”
“그렇구나. 그럼 내가 벗어줘요?”
“누나가 말이야. 오늘은 진짜로 때릴 힘이 없어.”
그야말로 뻗어버리기 직전이다. 희원만 없었으면 사실 이대로 전부 벗고 화장실로 직행하려고 했다. 서현이 결국은 답답한 재킷을 풀고 희원의 손을 피해 대충 던져놓았다.
성격 하곤, 그가 아쉽게 재킷을 바라보다 그녀의 뒤로 붙었다. 소파까지 쫄래쫄래 따라가는 모습이 덩치만 큰 강아지 같기도 했다.
“코스 어땠어? 할 만해?”
“그냥그냥.”
“그런데 넌 뭐 하고 있었어?”
“장비 좀 손보고 있었어요.”
서현이 소파 옆에 놓인 골프백 앞에 섰다. 희원이 이 가방을 메고 어떠한 경기에 나갔는지 모두 대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를 맡게 된 이후 구할 수 있는 모든 경기 녹화분을 보았으니 이제 그녀의 눈에도 익숙한 가방이다.
“……사람들한테 맡기지.”
말은 그래놓고 희원이 그럴 리 없다는 건 알았다. 매번은 아니라도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장비를 직접 관리하는 건 희원의 오래된 버릇이자 징크스였다. 예전 집에 들어설 때도 희원이 골프채를 만지고 있으면 경기를 앞뒀구나, 알곤 했다.
“아냐, 누나가 하루만 맡아줘요. 그런데 하고 온 일은 잘됐어요?”
“뭐 그냥저냥. 내일 되면 알겠지.”
“나한테 달렸단 거네.”
드디어 첫 경기가 내일로 다가왔다. 서현이 예상한 대로 모든 언론과 팬의 관심이 자석처럼 따라붙었다. 아마 내일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서야 할 참이다.
“누나 쉬려면 나 가야 하는 거죠?”
“응? 어.”
갑작스런 질문에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희원이 먼저 희게 웃었다. 미련 없이 골프채를 다시 챙겨넣는 희원을 보고 그녀가 저도 모르게 내밀었던 손을 다시 꼭 쥐었다.
당연히 보내야지 무슨 생각이야, 불만스레 입술을 질근거렸다.
“난 또. 전에처럼 이상한 거 배우라 할까 봐 쫄았네.”
“그 덕에 킹스맨 별명까지 생겼다 생각 안 하니?”
서현의 생색에 그가 키득거렸다. 마지막까지 다 챙겨 정리를 마친 그가 훌쩍 일어섰다. 언제 봐도 크고 건장하며, 특유의 섹시함이 있었다.
“양복 CF 한번 찍어야겠어.”
“하라면 해야죠.”
“그것도 이제 너한테 달린 거야.”
서현의 손이 웬일로 희원의 어깨에 먼저 향했다. 특별히 의미를 두기엔 애매한 위치였지만 처음 손바닥 아래서 꿈틀거리는 감촉은 서로가 알면서 모른 척했다.
“그러고 보니 알려줄 게 또 있네. 중요한 건데.”
“이제 방송 안 시킨다면서.”
“아니, 이건 경기 때.”
“경기?”
서현이 올려다보자 그의 목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툭 튀어나온 희원의 목젖 근처에 동그랗게 헤매다 결국은 제 목으로 내려왔다. 사실 그녀도 목이 간질간질해 더 올려다보기 힘들어졌다.
“나도 갤러리로 따라가겠지만 경기 중에는 너랑 소통이 안 되니까.”
“내가 잘할게요.”
“응. 그래도 아주아주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게 있잖아.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흐음, 경청하며 내리까는 눈이 거칠 것 없이 꽂혀들었다. 서현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쇄골 아래를 짚었다.
“이건 나란 뜻이야.”
“수신호?”
“응. 마찬가지로 이렇게 하면 너.”
서현이 손가락을 방향을 반대로 바꾸었다. 이게 다 뭔가 싶으면서도 희원은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듣는 사람 반응이 이렇다면 가르치는 사람도 신이 나기 마련이다.
그게 아무리 점잖고 무덤덤한 여자라 할지라도.
“오른쪽 눈썹을 쓸면 뭐 하냐고. 또 이렇게 목을 긋잖아? 그건 정신 차리란 뜻이야.”
“이건 너무 쉽네.”
“응. 그리고 이건 집중하라고.”
서현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쓰윽 쓸었다. 그저 지나가는 동작 하나에도 희원은 모든 잠이 달아났다.
“집중이라.”
“오른쪽 귀를 이렇게 만지면 뭔가 이상하다는 표시야, 내가 밖에서 할 수 있는 한 다 알아볼 거니까 언제라도 표시해.”
“음.”
“그리고 왼쪽 귀는 도저히 경기 할 상황이 안 될 때. 아, 이거 제일 중요한 거야. 내가 이렇게 쇄골 위를 쭉 긋고 끝에서 두 번 두드리면.”
“두드리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현의 손이 직접 쇄골에 닿아 마지막에서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이름 하여 마인드 컨트롤, 유치한 것 같아도 꽤 잘 먹히는 방법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영역에 서면 온전히 혼자만의 싸움이니, 이런 식으로라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힘이 되기도 했다.
“너도 해봐.”
“하긴 하는데 너무 누나 위주 아니에요?”
“뭐가?”
잘 나가다 꼭 이렇게 삐딱선을 타는 희원에게 그녀도 같이 삐딱하게 섰다. 뭐가 불만이냐 팔짱을 단단하게 끼자 희원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에게 향했다.
“잠깐. 너 또 나는 남자다, 이딴 소리 해봐.”
“누나 정말…….”
“알아, 나 천잰 거.”
그래도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곧바로 한 걸음 불쑥 다가서자 서현이 지레 뒤로 물러났다. 놀라는 표정이 재미있어 희원의 웃음이 진해졌다.
“그렇게 중요한 의미라면서 무슨 쇄골은 쇄골이야. 눈에 딱 들어오게 양 가슴 사이를 쌔끈하게 그어줘야지.”
“죽을래?”
“왜애, 내 말이 맞잖아요. 필드에서 그렇게 누가 작은 동작을 봐.”
“…….”
“누나 쇄골은 볼륨감이 없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온단 말야. 정확히 가슴 위에서 다시 한 번 해봐요. 그럼 절대로 딴생각 안 하고 멀리서 봐도 딱 알아챌 테니까.”
“저기 희원아. 깜빡했네. 너한텐 이거부터 알려줬어야 했는데.”
생긋 웃은 서현이 자신을 한 번, 그리고 그를 한 번 가리키고 난 후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꽉 죄었다. 보는 사람이 목이 막힐 만큼 한번 꽉 죄어드는데, 무슨 의미냐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서현의 다섯 손가락이 그의 눈앞에서 쫙 펴졌다.
“5.”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지손가락이 하나 접혔다.
“4.”
“누나아.”
“이제 삼 초 남았어. 얼른 안 나가면 너도 이 꼴로.”
“가요. 가.”
그래놓고도 나가는 순간까지 피식대며 미적거렸다. 얼렁뚱땅 문이 닫히고 나자 손을 내린 서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 같긴, 진짜 바보 같잖아. 저런 애가 무슨 천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