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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을의 횡포 3권

한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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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29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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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리네이밍작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작품 소개
“쓰레기, 너 같은 걸 써주는 회사가 있을 것 같아?”
“……있는데요. 저 써주는 회사, 있더라고요. 여기, G&B그룹 비서실이요. 덕분에 취직됐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사장니임!”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성쓰레기 사장에게 해고당했지만, 그로 인해 사장에게 엿 먹이는 게 주업무인 비서로 채용됐다. 연봉 높은 땡보직을 나 변태영이 어찌 마다하리오.
어이, 갑! 너 어디 한번 싸구려 을에게 제대로 당해봐라!
“현대판 노예라, 멀리 갈 것도 없잖아?”
원하는 답을 듣고 싶어? 개인비서 시켜줘! 그럼 노예 해줄게!
“어머나, 그게 누굴까요?”
“몰라서 물어? 말이 좋아서 비서지, 조선시대로 치면 노비 아냐? 천민. 안 그래? 싸구려.”
“에이, 그런 식으로 치면 사장님도 시대를 잘 타고난 거죠. 조선시대로 치면 상인이잖아요. 상놈!”
2. 작가 소개
한을
양수를 그리는 새
▣ 출간작
힐 미
3. 차례
12. 그들의 두 번째 석양
13. 연인 행세
14. 부정과 긍정
15. 시나브로 빠져들다
16. 의미심장한 백 원
17. 페어플레이
4. 미리 보기
“와우, 사장님! 제가 이겼어요!”
내기에 이긴 변태영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기뻐했다. 아이처럼 손을 모으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고도 기분 좋은 내기였다. 내가 커스터드를 두 개 시켰다는 걸 알아채기 전까진. 넷째언니에게 졌던 내기 얘기를 했던 때보다 더 시무룩한 모습에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냥.”
“그냥 뭐요?”
“이기게 해주고 싶어서. 이기면 좋아할 것 같아서.”
털어놓으면서도 이상했다. 내가 왜 변태영 눈치를 살피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눈치를 살피는 내게 변태영이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럼 우리 둘 다 이긴 거네요! 사장님도 커스터드만 다 골라냈잖아요!”
멋진 해석이었다. 나란히 승자가 되어 딤섬 가게를 나와 카페로 향했다. 달콤한 초콜릿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씁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리와 나의 스캔들 기사가 터졌다는 소식이었다. 기사는 꽤 정확했다. 내가 하리의 연인이 아닌 스폰서로 기재되어 있는 것만 제외하면.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없어 고생 중이라는 소식통에게 버럭버럭 고함쳤다.
“그거 하나를 못 막아? 일단 다 내려. 뭐든 걸고넘어져서 다 내리라고!”
난감했다. 사귀는 중이어도 난감할 마당에 하필 헤어진 이 시점에 스폰서 기사라니.
“다 내 탓이야.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건 아닐까.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됐는데. 할아버지의 실신, 하리와의 이별로 생긴 균열이 문제였다. 그 틈을 내준 장본인이 나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보다 절망스러운 건 당장 하리를 위로할 수 없는 내 처지였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헤어진 연인이란 위치는 생각보다 비참했다. 무력감에 빠진 나를 건져 올린 건 변태영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내게 할 수 있는 걸 상기시켜주었다.
“가서 다 조져버려요! 사장님 돈 많잖아요! 돈 뒀다 뭐해요, 돌아가면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다 박살내버려요!”
“박살.”
“개박살!”
그러면서 자기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는 반박기사를 내자고 제안했다. 기사를 내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거절했다. 그렇게 하면 변태영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언제까지 약혼녀 행세를 할 것도 아닌데. 나의 배려에 변태영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장님이 언제 제 사정 신경 썼다고.”
맞는 말이다. 언제부터 내가 그런 걸 신경 썼다고. 그렇다 해도 망설여지는 건 여전했다. 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지금은 변태영이 걱정됐으므로. 하지만 괜한 기우였다.
“파혼할 때 하더라도 당당하게 할래요. 까짓 재벌 3세, 내가 지겨워서 찼다! 하고요. 그러니까 그 전엔 사장님도 마음대로 열애설 나면 안 돼요.”
마음대로 열애설 나지 말라며 단단히 엄포 놓는 모양새를 보면.
“대신 나중에도 지금처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왕창 풀어서! 세상 사람들 기억 다 지워줘야 해요?”
주먹을 올려가며 힘차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변태영을 두고 노신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아가씨는 말이야,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생기가 넘친단 말이지.」
넘쳐난 생기가 내게로 스며들었다. 그래서일까. 정말 변태영이 말한 대로 될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믿음이 들었다.
“약속하실 수 있죠?”
“그럴게.”
“그럼 됐어요!”
당장에 반박기사를 냈다. 정말,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를 낳았다. 홍콩에서 나와 변태영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으니. 변태렐라라는, 꽤 그럴듯한 별명도 덤으로 변태영에게 주어졌다. 좋은 반응에 한층 자신만만해진 변태영이 제안했다.
“이참에 확실히 해버려요. 데이트도 많이 하고 진짜로 결혼할 것처럼 양가 식구들도 만나고! 어때요?”
“좋아.”
첫 데이트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선정됐다.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약혼발표 때 변태영의 엽기사진이 퍼지자 신나서 기립박수를 쳤다던 두 남자.
“우리 변태 건사하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가짜라니까 하는 말인데, 진짜면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뜯어말리려고 했어요.”
“그럼. 우리 변태가 보통 변태가 아니거든요.”
특히 백윤재는 변태영 놀리기의 선수 같았다. 장난기 그득한 눈빛으로 이무원밖에 모르는 답 없는 변태라느니, 고자메이커라느니 놀려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태영의 하극상과 마주해왔던 내게는 신기한 장면일 수밖에.
“지랄. 닥쳐라. 보통 변태 아니면, 뭐 최상급 변태냐? 꺼져.”
“저, 저 말본새 좀 보세요.”
“변태가 저렇다니까.”
“까고 있네.”
“까긴 누가. 너나 까.”
“난 깔 게 없는데?”
“깔 것도 없는 게 까불어.”
“누가 먼저 댈래, 어?”
“대긴 뭘 대. 변태 떽!”
“떽은 미친, 내가 애야?”
“고롬! 우리 변태가 애지. 변태애, 오구오구!”
신들린 듯한 대화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험한 말이 오고 갔다. 세상에 변태영과 저렇게 맞붙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니. 경이로웠다.
때마침 걸려온 전화에 변태영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때였다. 변태영하고 만나면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뜯어말리려 했다던 두 남자의 표정이 일시에 싹 바뀐 건.
“변태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저희 가만히 안 있습니다.”
“우리 친구라서가 아니라 진짜 괜찮은 애예요. 상처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진심 어린 경고였다. 대놓고 딱딱하게 구는데, 그게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변태영이 살짝 부러워졌다. 좋은 친구들을 둘이나 둬서.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변태영은 크게 분개했다. 백윤재와 박해찬, 두 남자가 줄행랑치자마자 헤드록을 걸어왔다.
“사장니임! 사장님!”
내 친구 하나와 자기 친구 둘을 바꾸자는 변태영은 알근하게 취해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마신 거야. 목덜미에 닿는 숨결이 뜨거웠다. 계속 이렇게 있다간 다른 의미로 취할 것 같아 밀어냈다.
“……취했어.”
“안 취했어요. 보세요?”
숫자를 세겠다며 두른 팔을 풀고 다섯 손가락을 다 펴 보였으니, 뒤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얼른 받쳐 안자 고개가 가슴에 폭 파묻혔다. 빼꼼, 고개를 내민 변태영이 헤실헤실 웃었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고 최고를 외쳤다.
“…….”
그냥 술주정일 뿐인데, 술주정 같은 건 딱 질색인데, 왜 이렇게 눈을 뗄 수 없는지. 변태영이 숨 쉴 때마다 묻어나는 알싸한 술 냄새에 나마저 취기가 오른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랬던 거다. 이무원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묻는 말에 조용히 하라고 입막음한 건. 변태영의 원룸 구경 제안에 기꺼이 따라나선 건.
그랬다. 갑자기 변태영이 몹시 궁금했다. 백화점 밖, 내가 모르는 모습은 어떤지. 괜한 짓이었다.
“이게 다 뭐야.”
가뜩이나 비좁은 원룸 안에 이무원 사진, 이무원 앨범, 이무원 인형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흑표범 옷을 입힌 이무원 인형과 마주했을 땐 경악했다. 세상에 이렇게 흉물스런 게 존재한다니.
“어어! 그거 한정판 굿즈란 말이에요! 만지지 마세요! 때 탄단 말이에요!”
까만 표범 인형이 때를 타면 얼마나 탄다고, 이상한 오기가 생겨 손에 쥔 인형을 더욱 세게 쥐었다. 대번에 난리가 났다.
“저 죽으면 같이 묻어달라 할 건데요!”
“제정신이야?”
대답 대신 변태영이 몸을 날렸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뺏고 뺏기기 끝에, 부드득! 소리와 함께 인형의 꼬리와 몸통이 분리됐다. 동시였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 변태영 밑에 깔린 건.
“아, 이건 꼬리가 생명인데.”
남의 생명을 깔고 앉은 변태영이 탄식했다.
“어떡해. 난 몰라.”
누가 할 소릴. 하필 깔린 부위가 부위인지라 꼼짝도 못 하고 천장만 올려다봐야 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어느 한 부위에 피가 쏠릴 것만 같았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변태영이 슬그머니 옆으로 떨어졌다. 그 틈을 타 나도 몸을 일으켰다. 어색한 분위기에 팔 다리가 기계처럼 움직였다.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변태영이 사는 원룸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차를 세웠다.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서 운전을 계속 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요즘 너무 피로한 탓인가. 하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좀 많았어야지.
‘쉬자.’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야겠어. 그래, 그런 시간이 필요해.
돌아오자마자 알람도, 휴대전화도 모두 꺼버렸다. 마음먹고 푹 잘 요량이었다. 정 급한 일이 있으면 직접 찾아오겠지. 다행히 누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평소보다 늦은 출근에 변태영이 안색을 살폈다.
“사장님, 커피 진하게 내려드릴까요?”
“필요 없어.”
“넵.”
이상하게 변태영이 의식됐다. 의도적으로 변태영을 피했다. 커피 심부름도, 회의 모니터링도, 다른 비서가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른 쪽으로 돌렸다. 꼭 필요할 때만 호출해 용건만 간단히 전달했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피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레드 다이아가 걸린 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만남을 주선할 차례였다. 이번 약속장소는 변태영이 바랐던 대로 분위기 좋은 바였다. 원래대로라면 만나서 같이 내려갔겠지만 잠시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먼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사장님!”
호출을 받고 내려온 변태영이 반갑게 불렀다. 무심코 뒤돌았다가 그대로 숨이 멎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밝은 색 원피스가 눈을 사로잡았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차림새였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돌린 시선 뒤에 변태영이 씩씩하게 다짐했다.
“오늘 제대로 유혹해보려고요!”
“……누구를?”
“에? 당연히 이무원 씨죠!”
“…….”
화가 났다. 한껏 신경 쓴 차림새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님에. 화나는 내 자신에게 또 화가 났다. 왜 화나는지 알 수 없어서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 열이 뻗칠 대로 뻗쳐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사장님, 춥지 않으세요?”
“전혀.”
더워 죽겠는데 뭐가 춥다는 건지. 이무원 이 자식은 시간이 언젠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지.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을 때쯤 녀석이 도착했다.
“시간이 몇 시야.”
“넌 새꺄, 나 정도 인물을 만나는데 시간이 대수야?”
이미 취해서 들어왔는지 헛소리나 지껄이는 놈에게 뭐가 좋다고 변태영이 술잔을 내밀었다.
“아, 가짜.”
가짜 약혼녀라는 말이 거슬렸다.
“허으…….”
변태영의 웃기지도 않는 신음도 거슬렸다. 동태눈깔처럼 맛 간 게슴츠레한 눈동자도.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가 핑크빛으로 물든 것도. 그 목덜미와 이어진 어깨에 이무원의 시선이 닿는 것도.
“추워. 덮어.”
유치한 심산이었다. 보여주기 싫다는. 왜 보여주기 싫은지 고민할 겨를은 없었다. 갑자기 이무원의 입에 들어가는 술 한 방울도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모를 일이었다. 혼란스러운 탓에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빼앗아 마셨다. 물끄러미 이 모양을 바라보던 이무원이 혀를 찼다.
“지 여자한텐 호구처럼 굴면서 나한텐 이러기냐.”
“…….”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금 전 춥다는 핑계로 어깨를 덮어주려 했던 자신이 심하게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움은 과민반응으로 나타났다. 이하리가 지금쯤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아냥거림에 이무원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뒤에서 변태영이 덮치지만 않았으면.
갑자기 실린 무게에 중심을 잃고 엎어졌다. 이무원의 쇄골 언저리에 닿은 입술이 뜨겁게 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