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억 주면 팔게요.”
“…….”
“팔십억.”
“…….”
“육십억.”
“…….”
“오……십억.”
“계약합시다.”
“저기……저기……근데요.”
“뭡니까?”
“뒤쪽 계곡에 우리 할머니 산소가 있거든요. 하하……뭐 볼 것은 하나도, 전혀 없는데. 그런데 그 땅 조금, 아주 쬐끔만 안 팔면 안 될까요? 싫음 말고!”
“사유지로 철망을 쳐 두죠. 대신! 그 쪽을 떼어 주는 대신, 이곳에 오면 머물 집에 필요한, 이집이 깔고 앉은 천 평 정도의 땅과 맞바꿉시다.”
“엑! 내가 손해잖아요.”
“그럼 돈을 더 원하나?”
연홍은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살짝 베어 물었다. 그때의 그 생기발랄함이 자하의 동공에 각인되고 말았다. 잠시 아찔할 정도로 심장이 요동쳐댔다. 그녀의 심장박동과 똑 같은 소리로.
“앞으로 우리 동네서 나는 각종 야채들과 곡식들 그리고 과일들을 사장님 회사에 납품하게 해주세요. 아 뭐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얼굴 할 필요는 없고요. 내가 도둑놈 심보도 아니고. 그저 서울 농수산물 시세대로만 받을게요. 공평하죠. 역시 난 너무 순해 빠졌다니까. 하지만 전 언제나 공명정대한 것을 좋아 한답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있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면 우리 사랑해요. 오십억 깎아 줬잖아. 장사치가 손해나는 거래를 할 때는 다 이유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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