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씨.”
“난 계속 당신을 만날 거고, 이젠 본격적으로 당신과 깊은 사랑을 할 겁니다.”

그만 연을 끊으려는 뜻을 내비치는 은비에 요한은 심장이 급속도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절대로 그녀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요한은 더욱이 집요하게 강하게, 그녀가 반박할 수 없도록 제 마음을 던졌다.
사랑하고 싶었다. 서은비, 그녀가 아니면 요한의 인생에선 사랑 따위는 필요치 않고 값어치도 없었다. 오직 그녀야만 했다.

“좋아해요. 하지만…… 내가 당신 옆에 설 수 있을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이라는 별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내가 그 빛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워요.”

젖은 그녀의 음성이 그의 심장을 파고들어 강하게 움켜쥐게 했다.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만이 요한의 귓가에 맴돌았다.
은비는 제 눈만을 뜨겁게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더 이상은 그와의 눈 맞춤은 위험했다. 지금 벗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 갇힐 것만 같았다.
그녀는 허리에 둘러진 요한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힘없이 저지되고 말았다.
아니, 예기치 않은 요한의 키스에 모든 신경이 정지되어 버렸다.
촉촉이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 물고 놓았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을 축 늘어뜨리게 했다. 뜨거웠다. 화상을 입을 만큼, 그의 야한 입술은 좀처럼 떨어지지 못했다.

‘당신을 어쩌면 좋을까요. 그리고 난…….’

그녀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감겼다.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이 입술까지 닿았다. 눈물의 키스 맛은 생각보다 황홀했다.
때 이른 살인적인 추위 주의보가 내려진 날. 강추위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몸을 밀착 시킨 채, 키스로서 서로의 체온으로 녹여 주고 있었다.

‘이제는 당신을 놓을 자신도 없게 돼 버렸어요…….’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키스. 그리고 마르지 않는 그녀의 눈물샘.
요한의 커다란 두 손이 그녀의 뺨을 감쌌다. 엄지로 그녀의 눈물을 훔쳐 주며, 얼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녹여 주었다. 함께하는 호흡까지도 그들에겐 애틋하게 다가왔다. 호흡으로 대화를 주고받듯 요한과 은비의 첫 키스는 서로를 원하고 원하는 마음을 이 순간부터 숨김없이 표현되었다.

‘욕심내 줘요. 날 욕심내 줘요. 당신의 남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