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온 신부 박소은-그녀는 죽은 약혼녀와 함께 묻어버린 아신의 사랑을 이젠 놓아주려한다.


팔려온 신부를 거부한 남자 아신-그는 자신이 무엇을 놓쳐 버렸는지 고통의 끝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오후가 되자 혼자 있을 소은이 걱정돼 전화 쳐다보길 반복하고 있었다. 집을 나올 때 그녀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기에, 그녀가 혹 여라도 자신 몰래 떠났을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전화 한통이면 끝나는 문제였지만 그는 쉽사리 그럴 수가 없었다.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다간 가슴이 타버릴 것만 같아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한참이 가도록 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의 턱이 굳어졌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집으로 향하며 휴대전화로 다시 한 번 전화를 시도했지만 아예 꺼져 있었다. 불안한 긴장감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차를 주차하곤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오늘따라 끝 층까지 올라가는 게 이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그는 비밀 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사람이 왔으면 나와 봐야지. 어디 있어?”

아신은 침묵이 내려앉은 거실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1분, 다시 또 1분이 지나도 그녀의 작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왔으면……내가 왔는데…….”

아신은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뻣뻣해진 몸으로 소은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주저하며 소은이 사용하는 옷장의 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세어 나왔다. 그가 사준 옷들이 고스란히 걸려있었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또 어딜 나간 거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소은이 그의 집에 올 때 가져왔던 낡은 옷가지가 보이지 않자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소은이 사용하던 용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그녀가 살기나 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그는 방안을 서성이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녀에 대해 서라곤 작은 키에 수줍음이 많고, 그녀를 창녀보다도 못하게 대한 그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정렬을 가진 여자라는 것이 다였다. 처음이었는데도 그녀는 그를 위해 태어난 여인처럼 그를 뜨겁게 타오르게 했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그를 놓지 않은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 혼자서는 결코 떠날 수 없었을 것 이었다. 아신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늘 집에 다녀간 사람이 있었습니까?”

상대방의 대답에 무섭게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공항에 간다 해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음에 화가 났다. 좀 더 빨리 아버지가 모르는 곳으로 소은을 숨겼어야 했는데……아버지가 한발 빠르게 일을 처리한 것 이었다. 아버지에게 그녀가 쓸모없어진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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