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꽃다운 스물 넷. 작가가 되기 위해 명문의대를 뛰쳐나올 정도로 뚝심 있는 그녀, 차해연.
그녀에겐 쉽게 말 못할 특이 취향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엉덩이가 예쁜 남자.’

첫 번째 ‘예쁜 엉덩이’의 소유자, 백원. 이름도 값싸고 행동도 값싸지만 해연의 오래 된 소꿉친구이자 매일 할퀴고 짖어대는 앙숙.
두 번째 ‘예쁜 엉덩이’의 소유자, 박치우. 잘 생겼지, 똑똑하지, 성격 좋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이 시대의 최고의 매력남.

가끔 연락도 없이 쳐들어오는 언니 서연과 형부 규완. 옆집에 사는 천진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종필 씨와 그의 충견 예삐.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이야기. ‘엉덩이가 예쁜 남자’


-본문 중에서-

“저 개는 뭐지?”
해연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해연의 집 앞에 웬 누렇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이 동네에서 5년 째 살고 있지만, 저런 개는 듣도 보도 못했다.
“똥개인 것 같은데…….”
해연의 말에, 원이 누렁이를 모욕하지 말라며 핏대를 세웠다. 모르는 개라면서 색깔이 좀 누렇다고 자기 맘대로 누렁이란 이름을 같다 붙인 모양이었다. 누렁이는 그녀가 어릴 적 시골 살던 시절, 옆 집 소 이름이었다. 참으로 정겨운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떠돌이 개인가?”
언제 다가갔는지, 원이 커다란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원이 마음대로 붙인 누렁이란 이름의 저 개는 원의 손길을 그다지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까만 코를 벌름거리며 흥분한 기색으로 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한 번만 더 만지면 그 손모가지를 찢어발기겠다는 듯이.
“백원, 그냥 놔 둬. 알아서 나가겠지. 게다가 쟤 한 성질 하게 생겼는데.”
해연이 경계하는 눈으로 누렁이를 바라보았다. 해연이 자신을 떫게 바라본다는 것을 용케 알아챘는지, 누렁이가 그녀를 보며 그르렁거렸다. 안 그래도 덩치가 산만한데 그르렁거리기 까지 하니 더 무서웠다. 원도 무서웠던 모양인지 누렁이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는 긴장으로 땀이 배어나오는 손바닥을 옷깃에 문질러 닦았다.
“쟤 눈빛이 장난 아닌데?”
“나는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어.”
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연이 답했다. 원이 떨리는 시선으로 해연을 보았다. 누렁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한층 증폭되어 들렸다. 환청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정말 누렁이는 이름처럼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그들을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원이 누렁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해연에게는 그 모습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해연아.”
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해연을 불렀다. 해연은 긴장한 목소리로 “응.”하고 대답했다. 원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해연을 보았다. 이내 그는 쌀 포대를 길바닥에 내던진 채 빛의 속도로 해연의 손목을 낚아채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튀어!”
맙소사. 스물네 살 먹도록 미친개에게 쫓기기는 또 처음이었다. 해연은 손에 들고 있던 가방도 내팽개친 채로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만약 해연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이 속도로 체력장을 뛰었다면, 전직 육상선수였던 체육 선생님께서 그녀를 눈여겨보시고 육상부에 스카우트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급박하게 달리고 있었다.
“이…… 망할 자식! 이게 다 너 때문이야!”
해연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원이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욕설을 뱉으며 더욱 속력을 높였다. 해연은 원의 손아귀에 끌려가다시피 뜀박질을 계속했다.
“저 누렁이가…… 광견병에 걸린 줄…… 미처 몰랐다…….”
원이 힘든 모양인지 간간히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흡사 밤일이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헉헉댔다. 해연은 이 암울한 현실이 몸서리치도록 끔찍했다. 뒤를 돌아보면 누런 미친개가 까만 코를 벌름거리며 무섭게 쫓아오고 있었고, 옆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값싸다 못해 살인충동이 일게끔 만드는 친구 녀석이 있었다.

최고의 글쟁이가 되기보다는 최선의 글쟁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바다처럼 마르지 않는 부드러운 울렁임으로 남고 싶은 사람.

푸른 바다가 남긴 선물, 청해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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