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풀리지 않을 것처럼 엉켜 버린 그들의 위험한 관계는, 사랑으로 시작된 집착과 잔인한 복수로 인해 조금씩 무너져 간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각자 깊은 상처를 얻은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위험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 정착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그린 시리고도 가슴 절절한 사랑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미안해. 실은 나도 오래전부터 오빠……!”
주은에 뺨에 정확히 내리친 ‘짝’ 소리는 방 안 가득 귀를 따갑게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착한 척 순진한 척 정말 역겨워.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나쁜 년이라고 말하는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너라는 거 알아? 학교에서 애들이 너 괴롭히면 병신 같이 당하고만 있는 네 얼굴에 상처 안 내려고, 만날 쫓아다니면서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어. 왜? 네 얼굴에 상처 난 거 보면 엄마랑 아빠 속상해 하실까 봐. 그런데도 늘! 선생님한테 혼나는 건 나뿐이었지. 어디 그뿐이었는지 알아?”
영은의 얼굴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알아. 다 알아. 그러니까 그만해 영은아.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제발 그 소리 좀 그만해! 그래……. 너 가져. 강민석 너 가지라고 강주은.”
“영은아……!”
“대신 각오해야 할 거야. 갖고 싶은 걸 갖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과 괴로움이 따르는지 너도 한 번 당해 봐.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다는 것도 명심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기어이 독한 말로 강한 경고를 쏟아부은 영은은, 눈치 없이 흘러내린 자존심을 닦아내고 방에서 나갔다.


[미리보기]

민석의 오피스텔 문은 닫혀 있었다. 바들거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고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어렵게 문을 두드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은임을 확인한 그는 바로 문을 열어 주었다. 태연하게 들어오라는 그의 말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주은의 향기로 가득했다. 약 올리듯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그 향이 영은은 어쩐지 역겹게 느껴졌다.
“늦었는데 집으로 가지 않고 왜……!”
처음이었다. 그에게 뺨을 내리친 일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는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자신에게 이럴 순 없는 일이었다.
“영은아.”
그가 볼에서 손을 떼자 영은은 한 번 더 그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
“강영은.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한 번 더 내리치려 했지만 그에게 손목을 잡히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말을……. 읍.”
핸드백을 떨어뜨린 그녀는 민석의 목을 끌어안은 채 사정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밀어내는 힘을 간신히 버텨 가며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었지만 영은은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려 괴로웠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입술은 너무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가슴이 더욱 쓰리고 아렸다. 계속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급하게 겉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곤 민석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려 가는데 아무런 저항도 없는 그로 인해 너무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제 와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새 블랙 실크 슬립 차림이 되었고, 민석 또한 속옷만이 남아 있는 상태가 되었다. 뜨거운 그의 가슴 위로 손이 얹어지고 나서야 영은은 그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였다.

영은의 겉옷을 주워 민석은 그녀의 어깨 위에 얹어 주었다. 그리곤 늘 그래왔듯 흐느끼는 영은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의 다독이는 손길에 그녀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미안한 마음에 그의 눈에도 살짝 눈물이 맺혔다.
“가자, 바래다줄게.”
황급히 눈물을 훔친 그는 영은을 자신의 품에서 살며시 밀어내고 말했다.
“됐어.”
하나씩 도로 옷을 갖춰 입으며 그녀는 말끔히 눈물을 닦아냈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메이크업은 절대 번지거나 지워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그를 남겨 두고 다시 하이힐에 발을 넣는 그녀였다.
“이대로 끝난 거란 착각은 하지 마. 난 아직 너랑 강주은한테 해줄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기어이 독한 말로 상처를 주고 돌아선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하늘이 노래지고 머리가 핑 돌았다. 자꾸만 차오르는 분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이상한 동네의 민봉자. 종이책 출간.

오지랖 유관순 사랑하기. 이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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