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와. 난 네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애인과 사귄 지 어느덧 5년이 된 최윤정. 애인과 무난하게 연애하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준비하던 그녀는 어느 날,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중학교 시절의 친구인 건욱과 우연히 재회한다. 유난히 훤칠한 외모에 성격까지 호감이었던 그. 변함없는 옛 친구와 마주하자 윤정은 풋풋한 감정을 나눴던 그와의 기억에 새삼 아련한 기분을 느낀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담백하게 웃으며 헤어진 두 사람. 하지만 이 만남으로 인해 평탄히 흘러온 그녀의 마음속엔 뜨겁고도 거친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잠깐 맛보기

“건욱아, 나이 들수록 사는 게 왜 점점 힘들어질까? 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인마, 그건 누구나 그래. 나야말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넌 왜?”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대답 대신 잠시 보는가 싶더니 마치 생쥐를 가로채는 날쌘 고양이처럼 건욱의 입술이 윤정의 입술을 가로챘다.

“으읍…….”

건욱은 그녀의 입술에다 자신의 입술을 사정없이 눌러 버렸다. 마셔 버릴 것이다. 너의 호흡도 너의 침도 너의 영혼까지도 몽땅. 거부하는 그녀의 몸짓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자극일 뿐이었다.

건욱은 윤정의 도망 다니는 혀를 거칠게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가슴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쳐 대는 그녀의 몸짓이 잦아들 때까지.

그녀의 뒤틀던 허리의 몸짓도 자신을 미친 듯이 몰아내던 그 주먹질도 모두 태풍 후의 고요함처럼 사라져 버렸다. 건욱은 다시 한 번 부드럽고 달콤하게 그녀의 입 안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빨듯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깊숙이. 자신을 새기고 싶었다. 윤정도 그런 자신에게 녹아들고 있었다. 부드럽게, 어여쁘게, 사랑스럽게…….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커피 위에 사르르 스며드는 크림처럼. 아, 그녀를 미치도록 마시고 싶었다. 갖고 싶었다.

이러면 안 돼, 건욱아. 우린 진짜 애인이 아니야.

윤정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정신 차리라고. 하지만 그의 집요한 입맞춤이 계속되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의 불같은 정열 속으로 서서히 타들어 가고 말았다. 아궁이 속에 장작불처럼 그의 혀가 제 입 안을 모조리 삼킬 듯 몰아치자 버둥거리던 이성도 멎어 버리고 뭔지 모를 스멀거리는 감각이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두근거리며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치닫는 제 심장의 울림을 윤정은 들었다. 건욱이 휘감은 허리에 팔을 풀었을 때 그 저릿함이 떠난 자리에 오소소 오한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잠시 휘청하는 몸을 붙잡아 주며 흥분을 담은 건욱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귓가로 흘러들었다.

“윤정아, 우리 진짜 애인 하자.”

▶목차

프롤로그

제1화. 애인, 태현

제2화. 재회

제3화. 추억은 눈처럼 쌓이고

제4화. 우린 우정이야

제5화. Heartache

제6화. 멀어진 남자

제7화. 상처

제8화. 흉터는 남아도

제9화. 봄볕 같은 그대

제10화. 얼룩진 옛사랑

제11화. 그대, 내 인생의 짝지

제12화. 마지막 폭풍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윤정아, 사랑해!〉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으로, 2007년 8월에 전자책으로 판매된 김채하 님의 〈윤정아, 사랑해!〉를 재편집한 전자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