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수능치기 일주일전부터는 밤에 잠이라고는 잔줄 알아? 너 줄려고 중요한 키포인트만 잡아서 정리하느라 날 밤을 얼마나 샜는데. 그랬는데 지 잘나서 시험 잘 친줄 알고 대학 들어가서는 아는 척도 안하고. 지가 먼저 나한테 전화하면 손가락 부러지지.”
준혁은 진짜로 속이 타는 듯 탄산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 저기 준혁아?”
“또 뭐! 이만큼 말했는데 또 뭐 더 하라구.”
“너…. 그럼 나 좋아하기라도 한단 말이야.”
“내가 말할 때는 뭐하다 딴소리야! 귓등으로 들었어? 그래! 내가 너 10년 넘게 짝사랑해왔다. 됐냐! 아주 남자 기죽이는데 뭐 있어. 이 기집애가 진짜.”
화은은 준혁이 자신을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준혁은 자신이 던진 핵폭탄에 맞은 뒤 충격 받은 듯한 화은의 모습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화은은 속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준혁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니.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준혁의 모습은 기쁜 모습이 아니었다. 고백을 한 걸 후회라도 하는 걸까?
“너도 나 좋아하잖아. 아니야?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러는 넌 표정이 왜 그래?”
“불안하잖아 임마. 내가 지금 떨고 있는 거 안보여? 너한테 거절이라도 당할까봐 불안해 죽겠는 거 안 보이냐구.”
“준혁이 네가? 불안해? 내가 너 좋아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모른 척 하느라 힘들었겠네?”
“이게 진짜! 내가 저한테 엎어졌다고 기고만장한 거 봐라.”
“내가 언제 기고만장했다고 그래? 내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넌 아마 모를 거야. 내가 너 때문에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네 맘 안 받아 주고 싶지만 그동안 네가 한 여러 가지 성의 있는 행동 때문에 받아주는 거야.”
“고마워 죽겠군.”

이름 : 정예원
나이 : 38세
직업 : 공무원
이메일: ysjeong@pknu.ac.kr
작품 : 지독한사랑(종이책출간)
끝없는사랑(Ebook출간예정)
마지막사랑(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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