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길, 꼭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이구만.”
“레온님, 말조심하세요!”
그녀는 행여 누가 들었을까 싶어 후다닥 주변을 훑어보았다. 여전히 레온을 향한 뜨거운 눈길은 변함이 없었지만 다행히 그가 내뱉은 말은 못들은 모양이었다. 에드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내더니 레온의 눈앞에 내밀었다.
“자요, 하나 더 드세요! 신경안정제라고 생각하고 하나 더 드세요!”
“됐어. 내가 애냐? 먹을 걸로 꼬시게?”
“아니, 제가 언제 레온님을 먹을 걸로 꼬셨다고 그러십니까? 엄청 섭섭합니다.”
에드가 주근깨가 박힌 콧등을 찌푸리자 레온은 그녀를 슬쩍 내려다보더니 초콜릿을 받아 들었다. 껍질을 까 입안에 넣으려던 그는 이내 방향을 돌려 에드의 턱을 잡고 치켜들더니 그녀의 작은 입안에 동그란 알맹이를 쑥 밀어 넣었다.
“읍! 레, 레온니이……!”
입안에 들어온 초콜릿의 크기가 커서 에드의 발음이 흐트러지자 레온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 웃었다. 그의 웃음에 주변이 또 한바탕 시끌벅적해진다. 왠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에드는 불안해졌다. 차마 입안에 든 비싼 초콜릿을 뱉어낼 수도 없었던 그녀는 레온을 노려보며 입을 우물거렸다.
“읍, 쩝쩝 레온님, 정말 쩝쩝, 이러시면 쩝, 후르륵, 곤란합니다! 쩝쩝!”
“에드. 먹든지 말하든지 하나만 해라. 더러워서 못 봐주겠다.”
레온의 놀림에 손등으로 침이 묻은 입가를 쓰윽 닦은 에드는 간신히 초콜릿을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시종에게 친밀하게 구시면 안 됩니다.”
“내 시종 내 맘대로 가지고 놀겠다는데 누가 뭐래?”
“가, 가지고……. 역시 절 장난감 삼아 데리고 온 거군요. 훌쩍.”
충격 받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을 삼킨 레온은 손을 들어 에드의 검은 고수머리를 비비적거렸다. 마치 귀여운 막내 동생과 노는 듯한 그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질 줄 몰랐다. 그들의 시선엔 한결같이 ‘내가 저 시종이었으면…….’ 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에드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필명 : 문 정(文 貞)

- 제1회 순이 사이버작가 공모전 베스트작가상.
- 로망띠끄, 순이닷컴에서 ‘게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
* ‘게르(Ger)’는 히브리어로 ‘나그네’라는 뜻이다.

2003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글을 좋아하고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미우라 아야꼬, C.S. 루이스, 김성일 님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이 꿈이다.

- 출간작

인도의 별
아사셀
벨라도나
너의 꿈을 줍다
대지의 노래
헤센공작家의 매 맞는 아이 등


- 홈페이지 : http://kahal.g3.cc
- 이메일 : kah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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