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연이 다시 연인으로 이어진다는 것…

사고뭉치 여대생 혜원은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범을 만난다. 아니, 오해가 생겨 멀쩡한 한 남자를 성추행범으로 모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피해자 이찬석을 또 다른 곳에서 다시금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혜원에게도 찬석에게도 둘의 연은 분명 서로에게 불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오묘하게도 흘러가 두 사람을 결혼이라는 끈으로 동여매 버리는데….

▶잠깐 맛보기

“우리 엄마랑 할머닌 어디 계세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오자 혜원은 살짝 몸을 떨었다.

“옆방에서 지금 아줌마랑 나랑 결혼을 시켜야 하느니 마느니 의논 중이지.”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썰렁하게 대답하는 찬석을 보며 혜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당신 어디 조금 모자라는 사람 아니에요? 그런 심각한 상황인데 여기서 노닥거리면서 내 염장만 지르고 있는 게 말이나 돼요?”

“노닥거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들어 주지 않는 걸 어떻게 해? 아줌마가 기절만 안 했어도 지금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척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자, 잘난 아줌마가 가서 상황설명하고 나 좀 제발 보내 줘. 내가 오늘 이후로 아줌마같이 생긴 여자는 뒤통수도 안 쳐다볼 테니까 얼른얼른 해결하자고.”

말을 마친 찬석이 침대에 앉아 있는 혜원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씩씩거리며 침대로 다가오던 그가 침대 모서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을 헛디뎌 혜원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느닷없이 침대로 넘어진 찬석에게 깔린 혜원이 비명을 질렀다.

“까아악!”

혜원의 떠나갈 듯한 비명 소리에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네 쌍의 눈이 일제히 침대 위의 찬석과 혜원에게 그대로 내리꽂혔다.

“아무리 요즘 애들이 진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세상에…….”

충격에 쌓인 경자와 정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었다.

“이번 주라도 날 잡도록 하지요. 저 아이들 저대로 뒀다간 큰일 내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순서가 있는 것을요.”

찬석의 할머니인 고 여사가 혜원의 할머니인 봉 여사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른들의 당연해하는 표정을 뒤로 하고 찬석과 혜원이 어이없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을 끔찍한 비극이 자신들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비극은 어느 순간에도 비극일 뿐이라는 그 사실이 두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목차

*1∼*15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13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연인(개정판)〉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