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9월하고도 3일, 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 하는 아름답고 완벽한 가을 오후였다. 슈퍼마켓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던 스위니는 가만히 서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끝없이 우러러보았다. 마치 하늘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런 하늘은 처음이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위니가 인생에 대해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색에 관한 것이었다. 단연코 전에는 이처럼 특별한 파란색을 본 적이 없었다. 믿을 수 없으리 만큼 깊고 진하고 풍부한 파란색. 오늘 같은 날, 이 완벽한 날 만큼은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어느 때보다도 하늘 가까이까지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하늘에 닿아서 그 푸르름에 한순간 빨려 들어가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파란색을 나도 재현할 수 있을까?
스위니는 어느새 머릿속으로 이 물감 저 물감을 짜고 섞어 여러 종류의 파란색을 만들어놓고 눈으로 그 색들을 감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연하지 않아. 이 색은 너무 흰색이 많이 들어가 유치해져버렸어. 이 파란색은 정말 흉측하군.
순수하고 극적인 얼굴을 한 하늘은 스위니를 끌어당겨, 그 넘치는 아름다움으로 그녀를 굴복시키고 있었다. 스위니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볼일도 다 잊은 채 그 파란색이 주는 묘한 자극에 끌렸고, 그 파란색이 자신의 내부에 들어와 넘칠 때 가슴은 부풀어올라 마침내는 미칠 듯한 기쁨으로 마음이 저려왔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시선을 땅으로 떨구었는데, 어떤 강렬한 섬광에 눈이 부셨다.
해를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하늘이 해보다도 더 밝아서 내 눈이 적응을 요하는 걸까. 몇 번 눈을 깜박이고 가늘게 모아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떤 물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 아니, 그것은 아이였다. 이차원적 평면으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
스위니는 다시 한 번 눈을 깜박이고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지면서 온몸의 피가 얼어붙고 손끝에는 아무 감각이 없었다.
샘 브르즈퍼드.
한 달 전에 죽은 아이였다.
스위니는 분명히 그 아이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 이렇게 평범한 오후에 죽은 아이가 주차장을 걸어가는 걸 보다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스위니의 시선은 그 꼬마가 따라가는 여자를 뒤쫓고 있었다.
수 브르즈퍼드. 아이의 엄마였다. 한 손에는 장을 본 물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네 살배기 아들 코빈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 텅 빈 표정 깊이 음영진 눈동자. 영락없이 한 달 전 열 살짜리 큰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은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죽은 아들 샘이 엄마를 부르며 따라가고 있었다.
스위니는 발이 땅에 들러붙고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꼬마는 엄마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며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엄마, 엄마.」
꼬마의 목소리는 거의 절망적이었다. 끈질기게 엄마를 불러보지만 엄마는 동생을 재촉하며 걷고 있을 뿐 반응이 없었다. 이번엔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보려 애썼지만 실체가 없는 손은 스르르 미끄러질 뿐이었다. 그때 샘이 스위니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에는 절망과 당황, 두려움이 가득했다.
「엄마는 내 말이 안 들리나 봐요.」
꼬마의 목소리는 불완전한 매체를 통해서 날아오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의 가느다란 종아리가 큼직한 바둑무늬의 헐렁한 반바지 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찔하며 기우는 몸을, 두 손으로 자동차 후드를 짚어 가까스로 지탱했다. 태양열에 달구어진 금속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밑에서 더욱 단단해 보였다. 파란색의 커다란 그릇처럼 보이는 하늘은 마치 스위니를 삼킬 것처럼 그녀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죽은 아이를 응 시했다.
그 작은 형체는 엄마가 차 문을 닫아버리기 전에 동생의 옆자리에 올라앉으려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엄마가 운전석에 앉은 후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는 샘의 창백하고 투명한 얼굴이 차의 뒤 유리 안에서 잠깐 동안 빛났다. 슬프게 손을 흔드는 꼬마를 향해 스위니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소리 없는 외침이 스위니의 마음을 울렸다.
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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