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아야 했던 유빈.

끝도 없는 악몽과 처절한 아픔으로 죽음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그 남자, 강세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를 무참히 버렸던 그는 도리어 그녀가 배신을 했다며 그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다시 데려온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음모였다는 것을.

지독한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본문 내용 중에서]

“그 더러운 혀 좀 치워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나직하지만 싸늘함이 풍기는 유빈의 목소리에 그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팔딱팔딱 뛰는 맥을 손가락을 눌러 잡는가 싶더니 세게 꾹 눌렀다.

“지금 나더러 더럽다고 했나? 그 말은 내가 네게 해야 할 말인 것 같은데…… 쥐새끼마냥 잘도 피해 있었어.”

이를 악물 듯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에 유빈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웃음이 서렸다.

“착각하지 마세요. 난 쥐새끼보다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을 피해 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답니다. 그리고 강세현 씨,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당신이 저와는 두 번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만큼 저 역시 두 번 다시 당신과 엮이고 싶지 않았답니다. 오래전에 끝났던 인연이었는데 참 보기 흉하게 우리가 또 엮였네요.”

칼끝처럼 날카롭게 갈린 음성이었다. 마치 독을 품고 있는 듯 쏟아 내는 음절에는 비웃음과 함께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세현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은 유빈이었지만, 게임을 즐기려 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었기에 룰 역시 그가 정했다.

“그동안 재미가 별로 없었나봐. 난 내가 준 돈이면 빌딩이라도 한 채 사서 잘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도 별수 없었나 보지? 내 옆에 있었으면 훨씬 더 나은 생활을 했을 텐데 말이야.”

퉤.

유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어 버렸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가 억지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날 상대로 장난칠 생각 말아요.”

쓰윽, 세현은 볼에 닿은 타액을 손으로 닦아 내었다. 그 손길은 전혀 급할 게 없었다. 예전의 여리기만 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그녀였다. 죽음을 생각하면 쉬웠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두 번 다시 그런 지옥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당당하게 머리를 치켜든 유빈은 처마 밑에 얼은 고드름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숨을 삼켰다. 갑자기 확 잡아당기는가 싶더니 있는 힘껏 밀어내 버렸다. 유빈은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거칠어진 호흡을 조절하며 유빈은 그를 향해 요구했다.

“날 보내 줘요.”

“착각하지 마. 만약 널 내보낼 생각을 했다면 아예 잡아 오지도 않았어. 지금 상황을 마음껏 즐기는 게 좋을 거야. 이미 시작된 게임을 난 멈추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

“날 왜 이곳에 데려왔지요? 삼 년 전 일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여 버리고 싶어. 비겁하게 다른 사람을 시켜 헤어지자고 하는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다잡으며 유빈은 평이한 목소리를 내려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삼 년 동안의 울분을 단숨에 풀어 버릴 것만 같았다. 결혼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한 것도 모자라 버림까지 받은 것은 그가 아니고 자신이었다.

“지금 네가 나한테 인간이라고 했나? 그러는 넌? 도대체 나와 네가 뭐가 다른데?”

그 역시 자제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주먹을 꼭 틀어쥐었다. 만난 순간부터 이렇게 싸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최소한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런 행동이 얼마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미안한 표정이라도 지어 주었더라면 덜 미웠을 것이고 증오스럽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양이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난 당신이 하는 소리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어요.”

“만약 삼 년 전 널 내쫓을 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널 죽여 버렸을 거야.”

[프로필]

서미선

필명 소나기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을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세 남자와 매일 싸우는 게 하루 일과.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이혼녀> 외 다수

[목차]

프롤로그

일 장~십일 장

에필로그

총 1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올려주신 서평은 자신의 소중한 마음의 창 입니다. 모두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서평을 부탁드립니다.
한줄 서평은 한번만 남길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소식 : 이북 열람 후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별점과 서평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