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딕은 계속 주절대는 질리언을 끌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나무들이 주위를 빙 둘러싼 공터가 나오자, 브로딕은 질리언의 손을 놓고 아름드리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섰다. 질리언의 연설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브로딕은 질리언의 하는 말에 집중을 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발그레한 볼. 어깨까지 구불구불하게 흘러내린 금색이 감도는 갈색머리. 짙은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 열정이 넘치는 눈빛. 브로딕은 갑자기 질리언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품안에서 영원히 놓아주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끼면서.
「이젠 좀 이해가 가요?」
도대체 질리언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야?
「뭘 이해를 한단 말이야?」
그제야 브로딕은 자신이 질리언의 말을 한마디도 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뭘 들었어요?」
질리언이 답답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몰라.」
「이봐요, 브로딕. 난 절대 당신하고 혼인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 때문에 희생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질리언이 고개를 저었다.
「질리언?」
「왜요?」
「당신은 나하고 있는 게 좋아?」
질리언은 일부러 브로딕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기로 했다. 그에게만은 숨기고 싶은 감정을 들키긴 싫었으니까.
「지금…… 말이에요?」
「괜히 딴 소리 하지 마.」
「브로딕…….」
「어서 대답해.」
「그래요. 당신하고 있는 게…… 좋아요. 그래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우린 서로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당신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되잖아요. 당신은 뷰캐넌 일족의 족장이니, 해야 할 일도 당연히 많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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