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4월

도둑맞은 시간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가치 없는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고 의식의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천천히 죽어가던 5년의 세월.
오스틴 리는 헌츠빌 감옥의 문을 응시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은 삶을 떠올렸다. 정확히 5년 전 믿었던 12명의 남자들에 의해 살인죄를 선고받고 떠나온 그 삶을.
주 정부의 노예로 1,825일을 지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옷을 다시 걸칠 수가 있었다. 청색 케임브릭 셔츠가 어깨 아래로 헐렁하게 내려오고 데님 승마바지는 가냘픈 엉덩이 위에 간신히 매달려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활기로 가득했던 스물 한 살의 청년 오스틴이 입고 있던 옷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손을 뻗으면 된다고 믿었던 어리석은 시절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옷은 빨지 않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일까, 눈을 감으면 여전히 여인의 희미한 바닐라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셔츠를 움켜쥐던 그녀의 마지막 손길이 와 닿고, 고통스러운 작별의 순간 자신의 입술을 적시던 그녀의 눈물들을 맛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베키, 사랑스러운 베키 올리버. 심장 속에 춤추듯 맴도는 그녀의 기억. 오스틴은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웃음을 터트리고, 달빛이 희미한 밤에 수많은 별들 아래서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 하지만 서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던 그날 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모든 것들을 앗아갔다.
철커덩하는 거슬리는 쇳소리가 오스틴의 환상을 깨버렸다. 그는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고 있는 간수를 혐오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수갑이 땅 위로 떨어지자, 그는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붉은 자국을 문질렀다.
간수가 빈정거렸다.
「이봐, 꼬마. 이제 여기 돌아올 짓은 절대 하지 말라구. 다음에는 이렇게 아량을 베풀지 않을 테니까.」
「빌어먹을, 문이나 열어!」
악다문 이 사이로 오스틴이 거칠게 내뱉었다.
자유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오스틴을 쳤을 때의 결과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듯, 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잠자코 문을 열었다. 삐꺽, 경첩 소리가 새벽녘의 고요를 깨고 울려 퍼졌다.
오스틴은 담 위로 빛을 뿌리며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곳이야말로, 이 감옥 안에서 더렵혀지지 않은 유일한 곳이었다. 그는 자유를 항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깊게 숨을 내뱉어 폐부에 남아 있던 모든 더러움을 씻어냈다.
세 마리의 말 앞에 서 있는 두 형을 본 순간 심장이 욱죄어왔다.
「끔찍해 보이는구나.」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달라스가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큰형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건지 궁금했다. 이마의 주름도 더 깊어졌고, 짙은 콧수염도 약간씩 흰색을 띠고 있었다.
「끔찍하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오스틴이 대답했다.
달라스가 그를 세게 잡아당겨 와락 껴안았다.
「젠장, 이 몹쓸 녀석. 도대체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그랬던 거냐?」
오스틴은 큰형의 억센 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큰형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오늘까지 오스틴은 큰형의 단호한 갈색 눈동자를 마주보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해야 하는 이 순간을 두려워했었다.
「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길을 택한 것뿐이야.」
그래도 조금은 대하기 편한 작은형을 향해, 오스틴은 몸을 돌렸다. 작은형은 재판이 있던 동안 줄곧 그의 뒤를 지켰었다.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휴스턴의 얼굴도 흐르는 세월에 많이 누그러진 듯 보였다. 눈을 가리고 있는 검은 가죽안대는 여전했지만.
오스틴은 그저 작은형과 악수만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친 두 손이 만난 순간, 그는 억센 힘에 의해 끌어당겨졌다. 휴스턴은 늘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오스틴은 작은형의 그런 침묵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형이 블랙선더를 데려왔네.」
오스틴은 작은형의 품에서 벗어나 한 번의 유연한 동작으로 흑단빛 종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 놓인 종마의 감촉을 음미했다. 오스틴은 형들이 뒤따라올 거라는 확신을 품고, 블랙선더의 옆구리를 발꿈치로 내리쳐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앞이 훤히 열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달린다 해도 아무리 멀리까지 달린다 해도, 오스틴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키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그녀를 만지고, 그녀를 안고,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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