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김준휘

현재 작가 연합 [그녀의 서재]에 둥지를 틀고 있고 항상 소녀이기를 꿈꾸며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은 글쟁이. 종이책 출간작 <남편이 바람났어요!>와 그 외 다수의 eBook이 있음.

<작품 소개>

강지수, 으뜸 제약 중앙연구소 연구원.

박사과정에 있을 때 연인이었던 학교 실험실 선배의 배신으로 인해

남자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리고 사는 여자.

“기껏 학교에서 지하철역까지의 데이트라.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지.

뭐. 값비싼 교훈 하나 얻었잖아. 남자는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

강휘강, 으뜸 제약 중앙연구소 연구기획관리실장.

매일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계속 시선이 가는 남자.

“제주도에서 당신에게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

난 지난 5년간 마음속에 당신을 품었었는데,

당신은 그 순간에도 그 남자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더불어 절망에 빠졌지.

그리고 이 순간을 이겨내야 했었어.”

<본문 발췌>

“지수 씨? 현관 번호가 뭐예요?”

지수의 귀에 대고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였으나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는지 대꾸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를 현관문 앞에 살짝 내려놓고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그녀가 비상용으로 챙겨두었던 디지털 키를 발견했다.

다시 그녀를 안고 안으로 들어간 그는 그녀를 침대 위에 곱게 내려놓았다. 구두를 벗겨 시트를 덮은 후 밖으로 나온 그는 현관에 내려놓았다. 밖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들어온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던가, 자기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한 채 그저 편안하게 숨 쉬며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니 조금은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그녀를 쓰다듬던 그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약하게 술 냄새가 풍겨오는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 입술 끝에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은 아주 부드러웠다. 더 만끽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녀가 깰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끼며 입술을 뗐다.

“아무 생각 없이 잘 자는 이 여자야. 내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알지 못하지? 5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그대를 만날 때마다 내 심장은 고장 난 시계처럼 이렇게 제 마음대로 뛰는 걸까? 그런 걸 알지 못하는 그대가 원망스럽기도 해.”

자그마한 소리로 말하고 있는 그의 말은 그녀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 채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바닥에 앉아 그녀의 침대 옆에 머리를 기댄 그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집에 가려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그녀의 입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숨소리도 가빠지며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건 범죄야. 민……민규 오빠.”

그녀의 입술 끝에 걸려 있는 민규란 이름에 그의 가슴은 질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5년 전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그녀를 병원에 옮겼을 때도 열에 들뜬 상태에서 저 이름을 애타게 불렀었다.

‘누굴까? 민규라. 그녀에게 뭘까? 왜 그녀는 그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괴로워할까?’

무슨 꿈을 꾸며 괴로워하는지 모르지만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은 휘강은 다시 침대 옆에 앉아서 그녀의 손을 잡아서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