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금발머리 남자를 처음 본 순간 수진은 무인도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동시에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술탄과 같은 부와 권력, 할렘처럼 많은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그 치명적 매력 때문에.

본문 중에서…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유리!”
“생각이 바꿨어.”
“무, 무슨 생각이요?”
갑작스러운 충격과 혼란스러움에 수진은 제대로 말도 못하고 더듬거렸다.
“널 영원히 내 곁에 잡아두기로”
“당신 미쳤어요?”
“내 말 좀 들어봐!”
화가 났다. 항상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이 남자는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수진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질렸어! 정말! 당신이란 사람 질린다고요!”
“사랑하고 있어. 수진!”
유리가 그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수진의 거칠었던 동작이 멎었다. 동시에 세상도 멎은 듯이 주위가 고요해졌다. 어설프기는 하지만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그는 분명한 한국어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제대로 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내가 억지로 당신을 데려온 일에 대해서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것도 알고. 그렇지만 깨달았어. 한국에서 여기로 당신을 데려온 미친 짓도 당신이 다칠까봐 두려워서 감히 손대지 못하는 것도 다 수진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내 진심이라는 걸, 이렇게라도 붙들어 두지 않으면 내 손에서 달아날 것 같아서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되는 걸, 이제부터라도 서로 사랑하게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는 건 어때? 수진만 허락해 준다면 그렇다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의 고백에 수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겁이 났다. 무언가 가슴속이 꽉 차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화 또한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감정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필명: 닥터밴드
취미: 여행과 독서 그리고 멋진 남자 훔쳐보기.
기타: 3월12일생, 물고기자리
혹시 저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메일로 문의 바람.
ock-hj@hanmail.net

작품: 연하 길들이기(이북)
바다위의 샤리아르(이북)
현재 로망띠끄에서 나를 ‘사랑한 외계인' 연재 중

독자 메세지: 역시 저의 모토는 재미있게 입니다. 이왕이면 감동적인 이라는 선도 넘보고 싶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요원한 듯합니다. 다만 제가 쓴 이 글이 독자들을 매혹적인 로맨스의 세계로 데려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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