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다른 누구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 또한 나 외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아니, 이해할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치졸한 질투라는 감정도, 당신이 손수 내 심장에 새긴 달콤한 것일 테지.


열다섯 살의 오드리.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운명의 신의 실수로 다른 사람이 오드리의 몸을 차지하고 있지를 않나,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던 케일럼 황태자가 그녀의 약혼자라 하지를 않나! 정말 말도 안 돼!
과연 본연의 ‘오드리’라는 존재를 기억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우리가 딸을 갖게 될지 안 갖게 될지 어떻게 아세요. 아들만 줄줄이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자 아르카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들이라도 사랑받는 법은 배워야 하니까 상관없습니다. 딸이면 더 좋을 거라는 얘기지요. 사실 저는 아들이야말로 사랑받는 느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걔네는 이렇게 안 하면 할 줄 모를 거 같은 걱정이 들어서 말이지요.”
“대체 그런 육아에 관한 생각은 언제 하신 거예요? 무척 바쁘시면서.”
아르카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을 약속했을 때부터 안 한 적이 없는데요, 당신이 있을 때는 잘 못하지만……. 글쎄 예뻐서 제 넋을 빼놓으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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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가 소개

희세

조아라에서 ‘라시아’ 느긋하게 연재 중인 아직은 창창한 20대.
언니랑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강아지님과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호화판 외국 여행이 꿈인 소시민.
딸기와 자몽과 고기를 좋아합니다.

▣ 출간작

어느 날 일어났더니(전3권, 완결)

▣ 출간 예정작

라시아


3. 차례

#chapter 23. 비 오는 날
#chapter 24. 그의 말
#chapter 25.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chapter 26. 독대
#chapter 27. 어두운 정원
#chapter 28. 우울한 아침과 따뜻한 오전
#chapter 29. 폐허의 장례식
#chapter 30. 수도의 저녁노을
#chapter 31. 구하다
#chapter 32. 꿈을 꿨다
#외전 1. 신의 이야기
#외전 2. 우주 최강 환수의 육아일기
#외전 3. 이 남자의 생일
#외전 4. 쪼꼬는 화가 났다
#외전 5. 그들의 애정전선
#외전 6. 바이헤르 부자
#작가 후기


4. 미리 보기

“악에 팔았다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둘의 대화에 당황한 오드리가 의아스러운 목소리로 한 질문에, 아르카딘은 이런 것을 그녀에게 말해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일단 무슨 일이든 알아야 그녀가 제대로 대비할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생활할 것이고 또 그녀가 대비한다고 했을 때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만일의 경우 상대하기 편할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 그녀를 아무것도 모르게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결국에는 이 진실들이 일들을 쉽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기고는 결국 아르카딘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세상의 악과 선이 있는 건 아시죠?”
“네. 그…… 타렌도 마계 쪽이니까요.”
오드리는 눈을 살짝 굴리고는 대답했다. 사실 어찌 보면 타렌도 마계 쪽의 아이라 상당히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타렌이 조금 과격하거나 도덕기준이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뭐 완전히 오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오드리는 끙,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나 귀여운데. 날 지켜주려고 하는 일이고, 전부.
“보통 마계랑 악을 동일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고, 어떻게 보면 비슷한 거긴 한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렌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듯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오드리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검은 머리카락에, 진한 금색동공, 레몬색 홍채를 가진 강인한 느낌을 주는 미남자였다. 단정하게 생겼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꼬집어 어디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짐승 같은 느낌과 거친 분위기가 확연히 나타나는 것이 그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미남의 등장에도 오드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환수라 그런가, 지금이라도 머리를 쓰다듬으면 고르륵, 하고 울 것 같다고, 오드리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아르카딘은 어쨌든 미남인건 둘째치고 멀쩡한 성인 남자로 나타난 타렌에 솔직히 놀람을 금치 못했지만 나타나는 찰나의 순간 어쩐지 표범의 모습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본 것도 같아서 그럭저럭 납득하고 어쩐지 웃는 것 같은 오드리를 끌어안았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듯이 아르카딘과 오드리가 이렇게 아주 멀쩡하고 담담하게 타렌이네 안녕, 하는 분위기인 반면 레이라는 안 그래도 잔뜩 긴장해 있는 마당에 웬 인간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왔나 싶어 유능한 마법사라면 으레 하듯 저도 모르게 마법을 써버렸고, 타렌은 왜 쓰는 거야, 주인의 어미! 하고 마법을 상쇄시켜버린 후 그녀를 원망하며 바라보았다.
원망하는 울망울망한 눈동자였으나, 거친 느낌의 남자의 얼굴에서 그런 울망한 눈이 제대로 보일리가 없으니 레이라의 입장에서는 금색 눈동자로 자신을 째려보는 이 초면의 남자가 더없이 무서울 뿐이었다. 레이라의 더없이 방어적인 태도에서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느낀 타렌은 아항! 하며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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