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지갑 하나를 주운 해나. 명함에는, Ra그룹 대표이사 차진혁 이란 이름이 박혀 있다. 해나는 명함을 바라보며 낮에 잠시 보았던 남자를 떠올려 보았다. 절대 올라갈 수 없는 하늘에 우뚝 솟아 오른 태양이었다. 하늘 위를 뚫고 올라간 자크의 콩 나무를 타고 올라가도 눈길조차 받아 보지 못할 것이다. 고아에 땡전 한 푼 없는 가난한 여자가 대 기업의 사장님을 상대로 어찌 해 볼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남자에게 다가 선다면, 그녀 자체를 무시하던 그 경비처럼 문적 박대를 떠나 아예 생매장 당할 것이 분명했다.

착각하듯 환영처럼 차진혁 이란 남자와의 로맨스를 상상하고 있는 엉큼한 속마음을 보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손가락 하나로 까닥거리면 될 만큼 모든 것들이 넉넉할 남자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젠장! 더럽게 부럽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금테 두르고, 누구는 태어난 것조차 죄악이라던 정도찬 형사의 조롱 섞인 목소리 떠올랐다. 그 형사의 머릿속에 심겨진 선입견과 눈이 비친 해나의 모습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죽도록 노력해도 지울 수 없는 고아라는 멍에는, 고아인 해나를 신임하지도 믿지도 못하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젠장, 내 인생에서 태클들은 제발 사라져 줄래!”
해나는 벌러덩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시큰둥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지갑을 요리 저리 살펴 보았다. 한숨을 푹 내쉬던 해나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느라 굳은 얼굴로 일어나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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