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뭐든 하겠다, 그거 아주 위험한 발상이거든?

어쩌다 생긴 가벼운 교통사고. 피해자는 청순한 인상을 가진 한 여자였다. 병원에 가자는데도 서둘러 사라진 그녀를 본 순간, 현빈은 정체 모를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우연을 가장하여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그건 바로 그녀에게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것. 하여, 적당한 심심풀이를 찾은 기분으로 그녀에게 돈을 차용해 주겠다 말한 현빈은 그녀가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자, 어느새 그 반응에 만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현빈의 생각을 비웃듯 며칠 뒤, 그녀로부터 승낙의 전화가 걸려 오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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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를 원해? 현금을 원해?”

현빈의 눈에는 귀찮다는 빛이 역력했다. 순간 그녀는 거지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의 상황이 그랬다. 일말의 동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담한 눈빛으로 그는 지겹다는 표정을 지은 채 희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전에 먼저, 전…… 보증을 서 줄 사람도, 담보물도 없어요.”

“당연하겠지. 보증인이나 담보물이 있었다면 은행에서 얼마든지 도움을 줬을 테니까.”

희연이 차분한 음색으로 말을 건네자 현빈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녀에게 연락을 받는 순간 그는 이미 그녀를 인간 이하로 판단한 상태였다. 여자가 남자에게 돈을 원할 때 그 대가로 내밀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녀의 선택이었고 그녀의 인생이었다. 자신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고, 관심을 둘 이유도 없었다. 한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럼…… 제가 어떤 조건을 내밀지…… 아시겠네요. 만약에…….”

“만약에?”

그가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만약에 그 돈만 해 주신다면 뭐든지 할게요. 원하는 거, 시키는 거 뭐든……. 대신 돈만 해결해 주세요.”

그때, 비틀어질 대로 비틀어진 그의 심사가 드디어 인내심을 내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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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15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계약커플〉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