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단번만이라도 그 아이가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자는 그의 이름을 부르면 자신을 돌아 봐 주지 않을까 두려워 끝까지 부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만을 보았다.

말을 잃은 그녀와 그런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
하지만 너무나 사랑해도 또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



2권

몽글몽글 밀려나오던 눈물이 주르륵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해준은 그녀의 모습에 아랫입술이 터질 듯 꼭 깨물었다.
“바보 같다 정말 바보 같아! 날 사랑한다며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되는 거냐고 넌 왜 자꾸만 왜!”
해준은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겨 안았다. 미이의 작은 몸이 그의 품으로 속 들어왔다. 미이는 온 힘을 다 짜내어 그의 등을 치고 또 쳤다.
“등신 같잖아, 바보 같잖아.”
“미이야,”
“나 아픈 거 상관없다고 그랬잖아, 너만 옆에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이것보다 더 하게 아플 수도 있단 말이야, 널 괴롭게 하기 싫단 말이야.”
“난 너랑 떨어지는 게 더 괴롭다고! 그래서 어쩌자고 나랑 헤어지기라고 하겠다는 말이야?”
미이는 소리치며 자신을 안고 있는 해준을 밀어냈다. 그를 밀어낸 팔뚝으로 핏줄기가 가늘게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갑자기 바늘이 뽑혀 그런 듯했다. 해준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야! 피 나잖아.”
“대답해! 나랑 헤어질 거냐고!”
“미이야!”
해준은 대답 대신 그녀의 피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가며 간호사를 불렀다.
그 모습에 놀란 남 여사가 뛰어 들어오고 미이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큰소리를 내며 울었다.

서월(曙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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