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성신이라 칭해주신 분이 계시었지요.”
“폐하!!!”
온 시녀들과 환관들 또 황실손님들이 화들짝 놀라 머리를 조아렸다.
곁에 서 있던 병사의 검집에서 칼을 뽑아내어 핏기가 잔뜩 선 두 눈으로 발 뒤에 감춰있는 여인을 쏘아보았다. 저 년을 죽이리라. 감히 제 성신을 모함하는 저 여인의 목을 기어코 이 손으로 베어내고 말리라.
“네년이 어디서 그리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내 성신 초희는 죽었다. 바람과 흩날려 이 추화궁과 재가 되어 날리었단 말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황제의 두 눈에 옥물이 흘렀다. 두 눈을 타고 뜨거운 옥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감히 태양이 흘리는 눈물을 감히 바라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당장 저 년을 끌어 내거라! 내 이 손으로 목을 베어버릴 것이야!”
무서운 기세로 고함치는 황제의 명을 받들려 병사들이 초희에게 다가섰다.
“폐하 황제폐하…….”
온 몸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자리에 서라 이른 제 주인을 분명 모든 신경이 저주하고 있을 것이다. 공기조차 흐르지 않는, 숨소리조차 하나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님의 손에 숨을 거둔다면, 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기꺼이 내놓을 목숨이다. 허나, 저를 알아보지 못하신 님에 대한 평생 상처를 씻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노을을 등진 발의 건너편 모습으로 별화라는 기생이 머리를 조아리며 오열하고 있었다. 독한 년이다. 목숨을 부지하려 감히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더는 두고 볼 것도 없이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저 바보같은 병사들을 대신에 제가 대신 다가가 목을 벨 요량으로 성큼성큼 다가설 때였다.
정녕 이대로 숨을 끊을 수 는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성신이라 칭해주신 폐하께오서 저를 벨 리가 없었다. 그저, 당황하여 그러시는 것이다. 그저, 놀라서 그러시는 것이라 애써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문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날에 한 약조를 잊으시었을까? 대신들의 말을 듣고 하늘로 향해 재가 되어 흩날리었다는 제 소식과 함께 그 약조마저 하늘로 보내시었을까.
“황제폐하 아직 광하가 마르지 않았사옵니다.”

5월6일생.b형
현제 경기도 안산시 거주중.
종이 북 출간 : 매화(梅花)
완결 및 출간예정작: 매화(梅花). 千載一愛(천년에 한번 만나는 사랑).
황태자비 가출사건
연재예정작 : 미행(尾行)
메일 : dbswjd019@hanmail.net
개인 공간 : cafe.daum.net/YellowLovesy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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